세계일보

검색

미래엔 당신의 몸 자체가 비밀번호다

입력 : 2017-01-06 20:28:23 수정 : 2017-01-06 20:28: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목소리·움직임·심장박동·걸음걸이…
몸의 모든 신호 포착… 디지털 신원 확인
거대한 기술 발전이 생활 방식까지도 바꿔
모든 사람·기계 연결 매트릭스 형성될 것”
케빈 켈리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1만8000원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케빈 켈리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1만8000원


때는 서기 2046년, 당신은 휴대전화만큼이나 많은 가상현실 속에 산다. 손짓으로 집안의 각종 기계에 딸려 있는 화면들과 대화한다. 모든 화면은 당신을 주시한다. 당신이 화면 속 광고를 볼 때마다 광고주들은 대가를 지불한다.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쇼핑을 한다. 물건을 들고 나오면 무인계산대가 알아서 계산해준다. 혼자 사는 사람도 외롭지 않다. 감정을 공유하는 감성 로봇이 함께 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케빈 켈리(사진)가 그려 본 30년 후 인간 삶의 한 단면이다. 미국의 과학기술문화 잡지 ‘와이어드’를 공동 창간한 저자는 30여년 전 인터넷 세상을 예측한 바 있다. 휴대전화 속 인터넷이 인간 삶을 이토록 바꿀 줄 상상이나 했을까. 상상으로만 여기는 기계와 인간이 함께할 날도 머지않았다.

저자는 향후 시대를 ‘피할 수 없는’(inevitable) 시대로 표현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인에비터블’이다. 피할 수 없는 미래에 펼쳐질 기술 문명 앞에 선 인간은 모두 새내기이며 초보자다.

책에서 저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결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펼쳐질 양상을 12가지로 제시하고, 인문학적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미래에는 당신의 몸이 비밀번호다. 당신의 디지털 신원이 모든 것을 입증할 것이다. 당신에게 딸린 모든 화면은 당신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당신의 시선을 따라가고 당신의 감정을 해독하고 당신을 에워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상호 작용(interacting)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생물계측학이 발달할 것이다. 이 분야는 당신의 몸을 추적하는 과학이다. 독특한 당신의 심장박동과 걸음걸이를 기억할 것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독특한 리듬을 기억할 것이며, 목소리도 기억해둔다. 이런 정보들이 결합되면 위조 불가능한 메타패턴이 된다.


30여년 전 인터넷 세상을 예측했던 케빈 켈리는 “미래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겸손하게 준비하면 낙관적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림출판 제공
기계 화면도 당신을 지켜볼 것이다.(screening) 거울로 자신을 들여다보듯이, 화면은 당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될 것이다. 화면은 얼굴뿐만 아니라 자아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이미 현대인은 휴대용 화면으로 자신의 위치, 먹는 것, 몸무게, 기분, 수면패턴, 보는 것을 입력해놓고 있다. 소수의 선구자들은 자신의 생애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대화, 사진, 활동 등 자신의 일상생활을 하나하나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거대한 기술 발전은 일하고, 놀고, 배우고, 구매하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철저히 변화시킬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과 모든 기계가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적인 매트릭스를 형성할 것이다.

저자는 특히 공유(sharing)의 개념이 확산할 것으로 예측한다. 앞으로 30년 동안 최고의 부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문화적 혁신은 공유 개념에서 비롯될 것이다. 2050년쯤 가장 빨리 성장하고 최고 이익을 내는 기업이 출현할 것이다. 현재 눈에 띄지 않는 공유 개념을 터득한 회사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 기업의 비즈니스 대상은 공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다시말해 생각 감정 돈 건강 시간은 적절한 조건에서 공유될 것이다. 물론 자연 자원이나 환경도 포함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공유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미래의 부를 쌓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기술은 늘 어떤 흐름을 향해 가고 있고, 그 방향성은 기술 발전과 궤적을 같이한다”면서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강조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술 발전이 인류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한 도구를 얼마나 오래 썼든 간에 끊임없는 업그레이드로 인해 당신은 새내기일 수밖에 없다. 때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초보자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누구나 새내기가 된다. 더 심할 경우 영원히 새내기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늘 겸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저자 자신도 “첨단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상상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겸손하게 적응하면 낙관적인 미래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간 저자는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기이한 선견지명을 발휘해왔다. 그는 앞으로 30년 동안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엿보게 한다. 통찰, 착상, 아이디어가 가득한 책이다. 미래 펼쳐질 장면들을 설명하는 데 어려운 용어들이 적잖게 나오지만, 전문가의 깔끔한 번역으로 쉽게 읽힌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