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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또다시 사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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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6 20:29:54 수정 : 2017-01-06 2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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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국

거기, 사막의 가시덤불 아래서 춰야 할 곱사춤, 곱사등처럼 너울거리는 모래 파도의 문장이 있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 가다가 최후의 문장에 이르렀을 때, 헛발질하면서 떨어질 죽음의 벼랑이 팔 벌리고 서 있다.

일평생 뒤집어써도 남을 모래들, 모래알의 점자가 불타고 있고, 무턱대고 믿었던 이번 생의 늙고 병든 낙타가 무릎 꺾는 자리, 저기로 데려가서 파묻을 게 너무 많다 오직 한 사람만 세워 둘 수 있는 곳, 가시덤불이 춤을 추며 제 몸을 찢는

어느 책에서도 본 적 없는 사막이 있다 저렇듯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는, 잽싸게 읽어야만 잡히는 시의 이미지처럼

-신작시집 ‘눈먼 자의 동쪽’(민음사)에서

◆ 오정국 시인 약력

△1956년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 ‘모래무덤’ ‘파묻힌 얼굴’ 등 △지훈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수상 △한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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