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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왜 사라졌는가… 스탈린~고르바초프까지 해부

입력 : 2017-01-06 20:32:58 수정 : 2017-01-06 2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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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김남섭 옮김/아카넷/1만8000원
실패한 제국 1·2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김남섭 옮김/아카넷/1만8000원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냉전은 20세기 후반을 규정했다. 냉전을 분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이어졌고, 그것은 대개 각국의 공식 외교 문서나 각종 조약, 정상들의 회고록 등을 기초로 거시적인 국제관계와 국내의 정치경제 등을 중심에 두고 분석됐다.

저자의 시선은 일반적인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소련을 이끌었던 인물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소련의 대외정책은)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고, 그들이 누구였는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 아래 소련 지도자들의 캐릭터와 욕망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니키타 흐루쇼프는 공산주의에 대한 낭만적 믿음을 갖고 있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순진한 평화주의자로 평가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계급적 원리보다는 인권, 무력 사용의 포기, 민주주의와 양심의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미국·소련 간 협력과 대화를 강조했던 신사고의 주창자였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그려낸 소련 지도자들의 모습은 소련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의 정치 과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분석이 한 사례다. 쿠바 미사일 위기 뒤에는 “공산주의의 최종 승리에 대한 믿음과 이 승리를 가속화하고 싶어하는” 흐루쇼프의 욕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후임자인 브레즈네프는 급진적인 정치를 싫어해 데탕트 정책을 추구했다. 이런 정책 추진은 젊은 날 아버지의 가르침과 독소전쟁의 참전 등이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분석한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있어 흥미롭다. 6·25전쟁이 발발한 뒤 7월 초에 개최된 유엔 안보리에서 소련이 유엔군 파병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소련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중국과 장기전을 치르게 함으로써 “미국의 시선을 유럽에서 극동으로 돌리고 싶어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줄 것”이라는 게 소련의 계산이었다는 것이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출판사가 내놓은 첫 번째 책이다. 출판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소련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냉전의 여진 속에 살고 있어서다. 출판사는 “전 세계가 냉전에서 벗어나 다극 체제로 바뀌고 있다지만, 우리는 이 냉전의 산물인 유일한 분단국가인 동시에 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 역시 격렬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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