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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 길을 묻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가계빚’ 최대 복병

입력 : 2017-01-02 18:40:09 수정 : 2017-01-03 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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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수출 동반침체 장기불황 조짐 / 경제전문가 100인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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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2017년 중대 고비를 맞이할 듯하다. 이제 우리 경제는 2%대 성장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불황의 터널에 빠져들었다는 걱정까지 쏟아진다. 소비와 수출은 이미 동반침체 징후가 뚜렷하고 해외에서는 메가톤급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와중에 탄핵 등 정치 혼돈까지 겹쳐 위기를 극복할 경제적 리더십도 실종된 상태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한국경제는 왜 저성장의 늪에 빠진 걸까. 이 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소비와 수출의 동반침체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주범으로 소비 부진(30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득은 증가하지 않는데 빚만 늘어 소비여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를 왕성하게 하는 청년과 중장년층이 부채 부담으로 소비를 많이 못 늘리고, 결국 공장 가동률과 청년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전체 경제의 소비 활력도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도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 채무부담을 많이 떠안아 소비가 굉장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둔화가 27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불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쉽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외풍에 취약한 우리 산업구조의 한계를 지적했다. 두 요인이 1, 2위에 오른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소비와 수출의 동반침체에 빠져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및 정책 부재(20명)와 국내외 정치적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19명)을 지목한 전문가도 많았다. 한국금융학회장을 지낸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기업 평균 연령이 40세인 상황에서 최근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은 우리가 턴어라운드를 하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16건 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50명이 성장동력 부재를 들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의 획기적 변화와 이를 끌고 나갈 큰 엔진이 필요한데 기업들이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대신 외제차 수입 같은 안전 위주의 투자를 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은 후발 참여자들이 가져갈 혜택이 줄어드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불평등 심화 등 양극화를 가장 큰제로 꼽은 전문가(19명)도 적지 않았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소득이 높다고 하루에 열 끼를 먹을 수 없는 것처럼 고소득층의 소비량은 한계가 있어 양극화는 전체 내수 규모를 축소시킨다”며 “중산층이 얇은 경제구조는 외부 충격에도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2017년 경제의 최대 복병은 가계부채와 트럼프 쇼크

올해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대내 리스크 요인(2개씩 응답)에는 가계부채 문제(80명)와 컨트롤 타워 부재 등 정치불안(78명)이 1, 2위에 올랐다. 이상엽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우리나라(시중금리)도 영향을 받아 한계가구 중심으로 먼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 부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탄핵당해 경제정책의 조정과 조율이 쉽지 않다”며 “정책 운용에 차질이 발생해 대내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리스크 요인(2개씩 응답)은 미국 신정부 경제정책(71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55명)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과 (한국정부에 대한) 환율 압박으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은 “미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고금리로 전환된다는 의미”라며 “지금까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는 이르면 3개월 내 정책금리를 올린 만큼 1300조원이 넘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설문조사 응해 주신 분(100명·가나다 순)

◆학계(42명)

강명헌(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강병구(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강철규(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김경수(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김대종(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상겸(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정식(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진일(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류덕현(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문성훈(한림대 경영학부 교수) 박기백(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동운(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태규(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백웅기(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서상원(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성명재(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신관호(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원승연(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윤석헌(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한국금융학회장) 윤창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상영(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윤재(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재웅(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종욱(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필상(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전삼현(숭실대 법학과 교수)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장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주소현(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최남석(전북대 무역학과 교수) 최병호(부산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장) 하준경(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한상린(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한순구(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허찬국(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홍은주(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금융(43명)

곽동철(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권우석(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장) 김경훈(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관태(신한미래전략연구소 총괄팀장) 김영준(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김유겸(LIG투자증권 전략팀장) 김일구(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재중(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재홍(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식(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 김환(NH투자증권 연구원) 나중혁(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 노근창(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기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종훈(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박희정(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부기원(KDB산업은행 조사부 국제금융팀장) 서대일(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 송두한(NH금융연구소장) 송치훈(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신정근(KDB산업은행 금융시장팀장) 신지윤(KTB투자증권 센터장) 양기인(신한금융투자 센터장) 오현석(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용대인(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석훈(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윤지호(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 이경수(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엽(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장) 이상재(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이승훈(KB경영연구소 연구원) 이재걸(KDB산업은행 경제조사팀장) 이재우(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팀장) 이종우(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준재(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임병철(신한미래전략연구소장)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경엽(KB경영연구 소장) 조용준(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익재(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최석원(SK증권 리서치센터장) 한유경(신한미래전략연구소 부부장) 허태명(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민·관 경제연구기관(15명)

강인수(현대경제연구원장) 강중구(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권태신(한국경제연구원장) 김성태(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 김종창(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 송홍선(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동현(자본시장연구원장) 안성배(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 이승호(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이인형(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정대영(송현경제연구소장) 정대희(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정영식(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병구(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황종률(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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