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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누구도 헌재를 흔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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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0 22:02:04 수정 : 2017-02-03 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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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몰아붙이는 촛불은 횡포
이젠 법과 정의에 맡겨야 할 때
국민들은 촛불시위를 벌이며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자 결국 국회가 탄핵소추를 결의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이제 촛불이 헌법재판소로 이동하는가 하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의 반대 집회 또한 헌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데에는 촛불민심의 힘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회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정치적 대표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민의의 반영은 민주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헌재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것도 정당한 것일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주권자인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는 상황이니 헌재는 당연히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반대로 헌법재판관의 다수가 보수정권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헌재는 국민 다수의 의사에 기속되는 것도 아니고, 재판관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재판해서도 안 된다.

국회에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헌재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법 절차에 따라 법치를 실현해야 한다. 국민 다수의 의사를 앞세워 여론재판을 요구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법부를 ‘법치와 인권 수호의 최후 보루’라 칭하는 것은 다수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권리도 올바르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헌재의 법적 판단이 국민의 판단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안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이유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불법에 대한 분노였고, 이러한 불법이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서도 정확하게 확인된 것이라면 헌법재판소도 불법을 인정하고 탄핵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촛불 때문에 불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법으로 인해 국민이 촛불을 들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헌재도 국민과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불법의 확인과 관련해 신중한 법적 검토는 필요할 것이며, 대통령 측에도 반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혹은 검찰의 발표를 통해 거론됐던 태블릿PC, 녹음 파일, 업무일지 등 각종 증거들이 형사소송 절차에 준해 엄격하게 확인돼야 한다. 비록 탄핵심판 절차는 성질상 일종의 징계 절차이지만 엄격한 증거에 입각해 판단하도록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언론보도에 비춰 볼 때, 그리고 검찰의 법률적 판단에 대한 신뢰를 전제할 때 그동안 이야기되던 증거들이 헌재에서 부인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헌재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판절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일 재판관들이 선입견을 갖고 심판할 경우 당장의 재판만이 아니라 과거의 중요 사건에 대한 재판까지 모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며, 이는 곧 헌재의 존립 기초를 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촛불민심이건 이를 반대하는 박사모건 헌재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충돌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눈앞의 사건에 대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헌재를 흔드는 것은 사과 한 알을 더 따기 위해 사과나무를 베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는 인권으로 보장된다. 그러나 재판의 공정성을 흔드는 것은 인권의 실현이 아니라 인권의 자해(自害) 행위이다. 오히려 인권 보장을 위해 헌재에 대해서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법과 정의에 따라 재판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요구해야 할 것이고, 국가적 위기상황을 최대한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신속한 재판을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이 올바른 집회·시위인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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