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선업 불황에… 마산서도 '말뫼의 눈물'

입력 : 2016-12-19 19:52:04 수정 : 2016-12-19 19:52: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마산조선소 700t 골리앗 크레인 루마니아 업체에 헐값으로 팔려 / 조선 강국 스웨덴 옛 슬픔 재현
.
한때 세계적 조선강국이었던 스웨덴의 말뫼 코쿰스조선소 골리앗 크레인이 경영난으로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넘겨져 화제가 됐던 것을 무색케 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다. 40년 넘게 배를 만들어온 경남 창원시의 한 조선소 터에 있던 골리앗 크레인이 최근 헐값에 루마니아에 팔려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2002년 당시 코쿰스조선소 크레인이 현대중공업 야드가 있는 울산으로 옮길 때 말뫼 시민 수천명이 부두에서 지켜봤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했다. 그런 슬픔이 조선강국인 한국에서도 현실화된 것이다.

철거되는 크레인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에 남아 있던 700t 규모 골리앗 크레인의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연말을 앞둔 요즘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에 있는 700t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 해체작업이 한창이다. 이 크레인은 자체 무게만 3200t에다 높이도 105나 돼 우리나라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있는 골리앗 크레인(900t)에 버금간다.

이 크레인은 조선업 불황으로 팔려고 내놓았으나 국내에서는 이만한 대형 설비를 사겠다는 곳이 없었다. 가뜩이나 수주가 없어 설비를 축소해야 하는 국내 조선업체에서 비슷한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중고 크레인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가 270억원을 들여 2008년 8월 만든 이 크레인은 최근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가 190억원으로 나왔다. 이 금액은 크레인 자체 가격일 뿐 매입을 했더라도 해체와 운송, 재설치를 하는 데 40억원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후 30억원까지 더 내려갔으나 국내에서는 매입 의사를 밝힌 곳이 없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가 최근 이 크레인을 헐값에 매입했다.

철거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계약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루마니아 업체가 크레인 해체·운송·재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감정가보다 훨씬 싸게 크레인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 철거업체는 올해 말까지 크레인을 전부 해체한 후 바지선에 실어 루마니아에 보낼 예정이다.

창원=안원준 기자 am33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