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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인연이 또 한번 내 인생 바꿨다”

입력 : 2016-12-15 20:39:24 수정 : 2016-12-15 20: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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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승국 에세이집 ‘전통문화로…’ 펴내 / “재즈와 비견 시나위·산조 홀대 안타까워”
“겨울나무 밑에서 하늘을 보면/ 하늘은 갈가리 찢기고/ 무의식의 헛간에/ 철근이 어지럽게 쌓인다.// 바람에 찢기는 마음의 살점./ 한 평도 차지할 수 없는/ 이 거리는/ 언제까지나 낯설고 추울 것인가.”(‘거리에 서서’)

매년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늘 낯설고 추운 겨울, 무의식의 헛간에 어지럽게 철근이 쌓인다. 김승국(62·수원문화재단 대표·사진) 시인이 고등학생 시절 쓴 조숙한 시편이다. 고향 인천을 떠나 서울 양정고에서 문예반에 들어 시를 접했다. 그는 서러운 유년시절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 쓰고 또 썼다고 했다. 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최근 펴낸 에세이집 ‘전통문화로 행복하기’(휴먼앤북스)에 고백한 사연이다. 시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됐지만 먹고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중학시절부터 해왔던 밥벌이를 고3때도 해야 하는 처지에 대학은 사치였지만 그래도 야간대학에 들어갔다. 뛰어난 건축 잡지로 호를 날렸던 월간 ‘공간’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국악예술중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들어가 30여년 동안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시를 만난 이후로 또 한 번 내 인생을 바꾼 국악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학생 중에는 (오)정해가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살아서 늘 조용하고 말이 없었지요. 정해를 비롯해 많은 아이들을 뒤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가 에세이를 통해 돌아보는 지난 시절은 국악으로 상징되는 전통문화 사랑 그 자체였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국악 이론까지 연마하며 다양한 노력을 경주했다. 그는 우리 민속 기악곡 중 시나위와 산조를 최고의 예술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하는데, 시나위가 중요무형문화재에서 해제된 것을 아프게 생각한다. 시나위야말로 기실 미국의 재즈와 비견되는, 혹은 능가하는 우리네 중요한 자산인데 홀대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장사익의 노래는 엄밀히 평가하자면 국악은 아니지만, 그의 창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국악 창법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장사익 노래처럼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국악곡이 많으면 국악 대중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썼다.

1부는 김승국이 지나온 삶, 2부는 전통 문화와 전통 예술인들에 대한 저자의 단상, 3부는 전통 예술의 발전을 위한 제언, 4부는 문화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5부에는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의 자세를 담았다. 그는 “생각과 뜻이 같고, 서로 좋은 효과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어느 곳과도 협업하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문화 예술을 가까이 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나의 열정과 능력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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