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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춘 ‘정윤회 문건’ 대통령에 보고 않고 3인방에 건네”

입력 : 2016-12-13 18:33:50 수정 : 2016-12-14 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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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보도팀의 취재 메모 ②] 2014년 조응천·박관천 인터뷰 내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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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2014년 11월28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처음 지면에 게재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비선 세력은 세계일보의 정당한 취재와 보도를 문건 유출 프레임으로 몰아갔고 실체 규명을 방해했으며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본보를 탄압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최순실씨를 비롯한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계일보의 보도와 문제 제기는 정당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조현일 기자를 비롯한 문건팀 취재 기자들은 보도 이전 많은 관계자를 만나거나 현장을 탐문하며 문건의 진위와 실체 파악에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문건을 생산하고 공식 보고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 등 핵심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거나 통화하며 확인을 거듭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 사진)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당시에는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두 사람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최근 비선들의 국정농단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국민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공익적 판단에 따라 그 내용을 공개한다. 두 사람과 개별적으로 만났지만 편의상 일자를 생략하고 독자들의 이해 차원에서 순서도 재구성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어떠했는가.

박관천(이하 박)=“김 실장도 처음에는 조(응천) 전 비서관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니까. 김 실장이 조응천을 민정수석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이 (문고리 3인방과 조 전 비서관) 중간에서 조정을 했다. 그런데 그게 점점 무너진 거다. 서로 계속 갈등했으니까.”

―문고리에 기운 것인지.

조응천(이하 조)=“김 실장은 3명(문고리 3인방)하고는 게임이 안 된다. (처음에는 균형추 역할을 하지 않았나) 난 그런 줄 알았고, 김 실장을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빵 소리가 나고 옆구리가 아파서 보니 피가 나더라. 그래서 뒤를 보니까 김기춘이더라, 그러고 난 죽었다.”

(박 전 행정관은 2014년 11월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은) 역적이나 다름없다. 비선실세를 쳐내기는커녕 (문고리 3인방과) 적당히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비선 세력과 문고리)를 조사한 우리 쪽과 같이 가지 못하니 잘라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김 실장이 균형추 역할이 아니었다는 건가.

조=“끝까지(아니었다). 예를 들어 정윤회씨에 대한 얘기가 있고,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오토바이 미행에 대해 알아봐라 했을 때, 내가 그것을 알아보고 보고서를 올렸다. 그것을 당신(김 실장)이 소화해서 VIP(대통령)에 올려야 되는데 그게 아니고 얘들(3인방)이나 정씨한테 줬다더라. 그다음부터 공격이 시작이 된 거다.”

(그는 지난달 ‘TV조선-박종진 라이브쇼’에 출연해 “김 실장이 중요한 일을 저에게 더 많이 맡겼다. 그런데 당신(김 실장)이 시켜 가지고 ‘김 실장이 나간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3인방인데, 3인방한테 이걸(‘정윤회 문건’) 알려줬으니까 ‘헐’이죠. 헐”이라고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김 실장이 국세청 이모 서기관의 청와대 입성 과정에 관여했다는데.


박=“그렇다. 그것 외에 몇 건이 더 이재만 비서관에게 걸렸다. 코가 꿰이게 된 거다. 그건 김 실장이 그럴 수도 있다고 우겨도 된다. 그런데 김 실장이 (그 문제 이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 거다. 그 쪽(문고리쪽)에 붙는 게 낫겠거든, 그래서 (문고리쪽에) 붙어버린 거다.”

―이 서기관 인사과정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박=“조 전 비서관이 메모를 받았으니까 그 내용을 안다. 김 실장이 ‘데려와라’라고 써줬다. ‘국세청 서기관 이모, 공직기강으로 검토’. 말이 검토죠. 데려오라는 소리였다. 행정관이 파견 발령과 동시에 비서실장실에 인사하러 간 것은 (그가) 처음이다. ‘실장님이 말씀하신 행정관을 오늘 부로 쓰기로 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발령 나기도 전에 자기(이 서기관)가 짐을 옮기더라.”

―이 서기관은 김 실장과 무슨 관계인가.

조=“누나가 (경남) 거제 그쪽에서 선거를 도와줬다고 하더라. 김 실장이 ‘이런 사람 있는데 좀 알아보라’고 하더라. 김덕중 당시 국세청장이 감찰을 강화하겠다며 TF를 만들었는데, 그 소속이었다. (김) 국세청장이 ‘이 서기관을 빼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하기에 ‘아 몰라요. (김)실장님이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빼왔다.”

―김 실장의 역할은 도대체 뭔가.

박=“김기춘을 왜 (청와대에서) 못 빼느냐. 항간에 그런 말을 해요. 정윤회 때문에 못 뺀대요. 김기춘이란 가림막을 치워 버리면 정윤회가 드러난다는 거죠.”

―김 실장이 ‘비선 가림막’ 역할을 하는 건지.


조=“내 생각에는 비유하자면 정윤회하고 문고리들이 ‘지하경제’인데 이게 나오면 국세청이 덤벼들고 검찰이 덤벼들어서 나올 수가 없다. 지하경제에서 만든 돈을 양성화시켜야 되잖아. 그 양성화 창구가 바로 김기춘이다.”

―김 실장의 국정원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되기도 하는데.

조=“김 실장이 ‘국정원 5급을 잘라라, 4급을 잘라라’고 국정원장한테 전화를 해 지시를 한다. 김 실장이 어떻게 국정원 5급을, 검증에 있던 놈을 자르라고 할 수 있느냐.”

―인사에 관여한 게 맞군요.


조=“(국정원에) ‘A 실장을 나가라’고 하고 ‘고모 국장을 나가라’고 한 게 전부 김기춘이다. A 실장은 정무직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고 국장은 왜 (김) 실장이 나가라고 하느냐. 고 국장은 원래 국내정보분석실 소속이었는데 페이퍼를 만드는 건 최고였다. 고 국장은 내가 국정원장 특보할 때 국정원장 정보비서관을 했다. 사람이 담백하고 괜찮더라. 조응천의 똘마니라고 해 죽였다고 하더라.”

(고 전 국장은 최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정윤회씨나 박지만씨 등과 연결되는 사실 자체가 맞지 않고 언론에 저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특별취재팀에 전해 왔다.)

―김 실장은 왜 ‘세월호 7시간’을 비밀이라 하는가.

조=“김 실장이 처음부터 얘기를 잘못한 것이다. ‘저는 아는데, 경호상 말씀을 못 드리지만 혹시 궁금하신 분이 있으시면 제가 비공개를 전제로 말씀 올리겠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그러느냐. ‘나도 모른다’고 하니까 ‘왜 비서실장이 모르느냐’고 되는 거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어떤 사람인가.


조=“(공직기강비서관실은) 내가 나간 뒤 검증도 다 뺏기고 감찰도 다 뺏겼다. 일감, 땟거리를 다 뜯기고 그냥 있어라 하는 것 같다. 내가 미우면 미웠지 왜 방을 미워하느냐. 이해가 안 된다. 그 역할을 민정(비서관실)에 다 줬잖아. 그렇게 하라고 직제상 돼 있는데 그것을 다 뺏어 청와대 내부에 균형추가 없어졌다고 얘기를 하더라. 내 것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우병우는 다 뺏어서 하더라. 이상하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달 ‘TV조선-박종진 라이브쇼’에서 출연, “업무 분장을 규정한 직제는 그대로인데 사실상 업무를 민정에 가져갔다. 매년 장차관 근무동향 평가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했는데 그것도 가져갔다”고 말했다.)

―우 비서관은 요즘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최근 보면 우병우가 무슨 역할을 한다. 누구를 거쳐서 오더를 받는지 직접 받는지는 모르겠다. 민정수석을 제끼고 비서실장한테 가서 얘기하고 그런다고 하더라. 국정원 추모 국장은 우병우한테 국정원장에게 가는 것을 별도로 보고한다고 하더라. 추 국장과 또다른 국정원 간부 B팀장이 둘이서 쿵짝쿵짝해 청와대에서 찍어눌러서 그렇게 한 거란 말이요. 우 비서관은 더군다나 검찰 내에서 평도 대단히 안 좋았다고 하더라.”

―국정원 내 ‘우병우 사단’이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조=“옛날에 민정(수석실에) 있다가 국정원으로 돌아갔던 추 국장은 수족, B팀장이 연락병 아닌가 하고 게스(추측)한다. 추 국장과 B팀장이 연결돼 국정원을 ‘아작’낸 것은 팩트인 거 같다. 그래서 그쪽으로 우리 일까지 다 몰려간 게 아닐까 생각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와 관련, 특별취재팀과 만나 추 국장에 대해 “직원들이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군림했다고 하더라. 지금 와서 보면 우병우 사단”이라고 분석했다.)

―후배들하고 자주 연락하느냐.

조=“내가 (청와대에서) 제거된 이후에 걔들(비선세력)이 숨기고 싶어하는 것들을 언급하는 그 자체로 ‘가는’ 걸 다 봤잖아. 그래서 아무도 움직이질 않고 꼼짝도 안 한다. 내가 안에 있는 애들 혹시나 싶어서 톡톡 던져보면 자기는 완전히 신경 끄고 산다는 거지.”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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