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헌재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헌법소원심판과 달리 결정 전에 반드시 변론을 열어 재판관들이 당사자들 의견을 듣게 돼 있다. 이번 탄핵 사건 청구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고 피청구인은 박 대통령이다. 만약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출석하면 청구인은 소추위원 자격으로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수 있다.
헌재는 첫 변론기일이 정해지면 박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다. 다만 형사사건 피고인과 달리 탄핵 피청구인은 헌재 심판정에 꼭 출석해야 할 의무가 없다. 출석 여부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려 있다.
일단 박 대통령도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처럼 직접 출석하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앉아 재판관들과 소추위원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욕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변론기일이 다가오면 야당 의원들은 “헌법을 존중하는 뜻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출석해 제기된 혐의와 의혹을 소명하라”고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로선 경호나 의전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를 나서 헌재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호상 난제가 발생한다. 직무가 정지되긴 했으나 엄연히 대통령 신분인 만큼 박한철 헌재소장과 재판관들 입장에선 예우의 수준과 방법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내내 본인이 헌재로 가는 일 없이 채명성 변호사 등 대리인단에 모든 업무를 위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한때 헌재에 직접 출석해 특유의 달변으로 국회 탄핵소추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호도, 의전상 예우도 필요없다’며 직접 헌재 심판정에 서겠다는 뜻이 강했으나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측근들의 만류에 출석 의사를 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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