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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광장의 촛불, 합의민주주의 밀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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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2 01:16:14 수정 : 2017-02-03 18: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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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배제의 대결 말고 타협·협조로 가야 / 야권, 국민 공감하는 정국수습책 제시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국회의원 234명(78.0%)이 찬성했고, 새누리당에서조차 반대(56표)보다 찬성(62표)이 더 많았다. 이런 결과는 권력 사유화, 국정 농단, 부패, 정경 유착 등으로 상징되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을 깨부수라는 국민의 명령이 통한 것이다.

국회 탄핵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이 수습되고 질서 있는 민주주의가 작동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다. 헌재는 결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이 헌법 위반 5개, 법률 위반 8개 등 관련 혐의가 많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혐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기에 사실관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헌재는 국회가 밝힌 13개 탄핵 사유에 대해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기에 심리기간이 늦어질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만약 현재가 특검 조사 결과를 참고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면 빨라야 내년 4월, 늦으면 6월에 최종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헌법재판관 9명 중 2명이 퇴임하게 되고 7명만이 남아 심리를 하게 된다. 그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은 인용된다. 탄핵 후에도 104만 촛불이 타올랐다. 광장의 촛불이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판결을 무한정 기다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헌재는 외부적인 압력이나 공격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법만 보고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 일정이 헌재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감안해 늦어도 내년 3월 초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협치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야 한다. 탄핵 정국을 대선만을 의식해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야권은 대통령 즉각 사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인정 여부, 개헌 등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을 위반해서 탄핵했다는 야당이 헌법에도 없는 황 대행 체제를 탄핵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될 수 있다.

탄핵 전 KBS·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노력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64%)가 ‘잘하고 있다’(30%)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58%)가 긍정 평가(31%)의 두 배가량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1.2%인 반면 현재는 31.0%로 차이가 없었다. 국민의당은 탄핵 이전엔 12.4%, 현재는 15.9%로 낮은 수준이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민심은 야당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야당은 선동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국수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이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정책협의체의 첫 작품으로 경제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길 기대해 본다.

정부는 공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제한적으로, 그리고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정치권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보를 포함해 중요한 정보를 야당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의 문이 열린다. 더불어 황 총리는 여야 대표와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스웨덴을 23년간 통치했던 타게 엘란데르 총리는 매주 목요일 자신의 별장에서 이해당사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했다. 이것이 스웨덴 합의민주주의의 기본틀이 됐다.

우리도 광장 민주주의의 열기가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극단과 배제가 판을 치는 ‘대결민주주의’에서 벗어나 타협과 협조가 중심이 되는 ‘합의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촛불의 위대함이 진정한 빛을 발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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