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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청문회했나? 허탈감이 든다"

입력 : 2016-12-08 10:55:01 수정 : 2016-12-08 1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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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재벌총수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을 고리로 한 정경유착 의혹에 의원들은 집중 추궁했지만 별반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반드시 입증해야 할 대가성 부분은 자연스레 특검의 몫이 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재벌총수들은 청문회에서 뇌물죄 적용을 우려한 탓에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게 아니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었다"면서 강제로 기금을 출연하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특별사면이나 세무조사 회피 등 대가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틀간의 '맹탕' 청문회, 속 시원히 밝혀진 것 없어…되레 의혹만 더 증폭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속 시원히 밝혀진 것 없이 오히려 궁금증만 증폭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의원들의 부실 질문 △증인들의 불성실 답변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야당은 이번 청문회를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박 대통령 비난 여론을 확산시키는 디딤돌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오히려 의문점만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 내내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지만 밝혀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여야 의원들은 최순실과 측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남녀관계, 박 대통령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관계 등도 추궁했지만 이 역시 별 소득이 없었다.

삼성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한 것을 놓고도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김종 전 차관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정리하자면 이틀간 청문회에서 새로 밝혀진 것은 고 전 이사가 최순실의 지시로 박 대통령의 옷을 100벌 가까이 제작했다는 점, 이 과정에서 고 전 이사가 대금을 최순실로부터 받았다는 점 밖에는 없다. 그나마 이게 소득인 것이다.

고 전 이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이 박 대통령에게 옷과 가방을 건네고 그 비용을 대납해줬다고 볼 수 있다. 추후 박 대통령이 의상 비용을 최순실에게 주지 않았다면 직접 뇌물을 받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기업들 "왜 우리만 뭇매?"…정치권 핵심 관계자 등 주요 증인 대거 불출석

한편 이번 청문회에서 한숨 돌린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핵심 당사자가 없는 청문회에서 기업인들만 뭇매를 맞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모르쇠'로 끝난 청문회였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재벌총수가 출석한 기업들 모두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그동안 쌓였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지 않아 앞으로의 위험도 줄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28년만에 열린 대대적인 재벌총수 청문회는 허무하게 막을 내린 가운데,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매주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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