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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소녀가 만든 청바지는 누가 입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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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30 14:00:00 수정 : 2016-11-29 21: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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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3400만명 하루 12시간 중노동… 짓눌리는 아이들 / 아동 노동력 불법 착취 실태 인도의 ‘어린이날’인 지난 14일 인도 정부는 아동 노동법 수정안을 공포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대로 14세 미만 아동 고용을 금지하는 것 외에 14∼17세 청소년에게 위험한 노동을 시킬 수 없도록 했다. 최소 440만명의 인도 아동들에 대한 노동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될 법하다.

하지만 201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도의 아동권리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는 법 개정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13억 인구의 40% 이상이 어린이인데도 18세 미만 국민을 위한 예산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며 “영양실조에 빠진 어린이 비율과 어린이 대상 범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어린이를 위한 교육·복지 예산 확대 등이 뒷받침돼야 아동 노동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소녀가 청바지 공장에서 실밥을 제거하고 있다.
ILO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비상식적인 노동 환경에 노출된 5∼13세 아동 숫자가 2000년 이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사티아르티의 지적처럼 수년 전부터 적발된 아동 노동의 행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아동 노동이 이뤄지는 국가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유엔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8.7’을 통해 주창한 ‘2025년까지 전 세계 아동 노동 근절’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축구공·옷·커피·담배·벽돌에 이어 스마트폰·자동차까지…


1996년 6월 미국 잡지 ‘라이프’에 파키스탄 시알코트 지역의 한 어린이가 나이키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 한 장이 실리면서 아농 노동 이슈가 주목받았다. 서른두 조각의 가죽을 1600여번 꿰매야 축구공 한개가 만들어지는데, 아이는 300∼400원을 받고 하루 11시간 이상 노동력을 불법 착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나이키는 아동 노동의 책임을 하청업체로 돌렸는데,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결국 사과했다. 이후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아동 노동 문제가 불거졌다.

2000년대 후반 의류 브랜드 갭 등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척박한 공장에서 14세 미만 아이들이 만든 의류를 유통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금도 일부 패션 브랜드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아이들을 불법 고용한 개발도상국의 하청업체와 비밀리에 거래하고 있다.

교복을 만들고 있는 미얀마 소녀. 공장 노동자 가운데 18세 이상은 단 3명 뿐이다
최근에는 스웨덴 스파브랜드 H&M의 미얀마 하청업체가 14세 아동을 고용한 사실이 ‘패션 노예들’이라는 책을 통해 공개됐다. 한 소녀는 하루 3달러를 받고 밤 10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고, 11세 때부터 일했다는 17세 소녀 사례도 보고됐다. 생산·유통·판매를 도맡으면서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스파브랜드의 이면에 아동 노동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지적했다. 국제법상 14세부터 아동이 아니지만, 장시간 및 야간 노동은 불법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H&M은 “2013년 이후 하청업체들이 14∼17세 아이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켰다”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담배밭 일구는 아프리카 아이들
아동 노동 사례는 전통적인 농·어업은 물론 담배, 초콜릿, 커피, 사탕수수, 다이아몬드, 금, 석탄, 의류, 벽돌, 운동화 등을 채취하거나 제조하는 과정에서 매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아프리카 콩고 코발트 광산의 아동 노동 실태 보고서는 파장이 컸다. 콩고에서는 4만여명의 아이들이 하루 1∼2달러를 벌기 위해 어두운 광산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해 100명 가까운 노동자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열악한 광산에 아이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 

탄자니아 카하마 금광에서 일하고 있는 형제
이렇게 생산된 코발트는 최종적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배터리 소재로 쓰였다. 앰네스티는 불법 아동 노동의 최종 소비자인 삼성, LG, 애플 등 정보기술(IT) 관련 다국적기업이 하청업체의 불법 여부를 따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해당 기업들은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통해 ‘광물 채굴 과정 등에서 야기되는 아동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비정부기구(NGO) 등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플라스틱 등을 고르고 있는 방글라데시 소녀


◆2025년까지 아동 노동 근절한다지만


28일 ILO의 ‘아동노동 금지를 위한 국제 프로그램’(IPE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아동 노동 인구는 1억34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00년 2억4600만명이던 아동 노동 인구는 2004년 2억2200만명, 2008년 2억1500만명을 거쳐, 2012년 1억6800만명(추정치) 등에 이어 2020년 1억700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별로는 불법 노동에 동원된 소녀의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2000년 1억1330만명에서 2012년 6819만명으로 40%나 줄었다. 반면 소년의 경우 2000년 1억3220만명에서 2012년 9976만6000명으로 25% 감소했다. 유엔 등이 이 기간에 소녀 교육과 양성평등을 강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동 노동 감소율은 2000∼2004년 10%였지만, 2004년부터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까지 감소율은 3%에 불과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아동 노동을 근절하려는 노력도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ILO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동 노동 인구는 2008년 1억1360만7000명에서 2012년 7772만3000명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아동 노동의 실태가 낱낱이 공개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만큼 하락폭이 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아동 노동은 하락폭이 크지 않다. 이 지역은 어린이들의 가사 노동이 이어져올 만큼 빈곤한 탓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정부의 근절 캠페인이 이어져도 아동 노동이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후진국의 아동 노동 인구가 7440만명인데, 개발도상국의 아동 노동 인구는 93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아동 노동이 못사는 나라의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직물을 짜고 있는 소녀
실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의 인구는 지난해 170만명에서 2025년 230만명으로 3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시 건설에 필수인 벽돌산업이 급속히 확산, 벽돌공으로 일하는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인구도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LO 캄보디아 지부 관계자는 “벽돌공장에서 통상 14∼15세 아이들을 불법 고용하고 있다”며 “도시가 확대되면서 불법 고용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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