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성열의마음건강] 비싼 대가 치르는 ‘성인아이’

관련이슈 한성열의 마음건강

입력 : 2016-11-27 21:14:34 수정 : 2016-11-27 21:15: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율적 선택·책임지는 힘을 키워야
겉만 멀쩡하고 속 텅텅 빈 사람 많아
‘성인아이’라는 용어가 있다. 나이로 보면 어른인데 하는 행동이나 생각은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나이 헛먹었다’라든지 ‘겉은 멀쩡한데 속은 텅 비었다’라는 한탄과 힐난조의 말이 바로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 생애는 크게 아동기와 성인기로 나눈다. 그리고 이 경계선에 있는 시기가 청소년기이다. 청소년기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시기다.

생물학적으로 어린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기준은 ‘생식(生殖)’이 가능한지다. 즉, 자식을 생산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부모가 되기 위해 청소년기에는 소위 ‘제2차 성징’이라고 불리는 변화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심리적으로 어린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독립성’이다. 즉,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독립성이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거의 대부분 어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심리적 성숙은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필요하듯 어린이가 심리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안정과 사랑을 받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환경에서 부모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나면 ‘기본적 신뢰’를 발달시킨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믿기 때문에 좋은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을 믿기에 부모로부터 기꺼이 독립해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만약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믿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극히 소수의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맹목적인 집착을 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한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지나치게 과보호를 받고 성장한 어린이도 성인으로서의 독립적 인격체로 성장하기 어렵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힘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챙겨주고 어린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실수하는 ‘시행착오’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 어린이는 결국 모든 것은 어머니나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해주는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비록 나이는 어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린이인 ‘성인아이’로 발달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겉만 멀쩡하고 속은 텅 비어있는 ‘성인아이’들이 너무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겨를도 없이 부모가 짜준 일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어린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모든 부정적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 결국 ‘성인아이’들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막중한 위치에 있으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