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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관광·스포츠… 대중문화는 지배자가 보낸 ‘트로이 목마’

입력 : 2016-11-26 03:00:00 수정 : 2016-11-25 20: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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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팡시브 지음/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1만8000원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오팡시브 지음/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1만8000원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TV에서는 리오넬 메시가 2골을 기록한 유럽 축구 경기 결과를 전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기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프로야구 선수가 상무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이어진다. 대중매체에서 스포츠 관련 소식이 넘쳐나는 건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책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주장한다.

“우리는 스포츠와 싸워야 한다.”

굉장히 도발적이다. 문장은 스포츠를 마약에 비유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스포츠라는 민중의 아편은 그 어떤 사제라도 부러워할 만큼 열기와 믿음으로 가득 찬 수만 관중으로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 정치와 항거가 스포츠에 의해 유야무야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스포츠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통로라는 확신이 가득하다. 스포츠의 근간인 ‘경쟁’의 가치부터 문제삼는다. 경쟁은 이겨야 하는 상대선수와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축구와 같은 집단경기에서 “누구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감독의 확언은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절대적이며 선한 가치로 간주된다. 선수는 상품과 마찬가지로 사고 팔며 교환이 가능한 대상이다. 스포츠에는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주의가 판친다.

스포츠의 가치를 난도질하다시피 하는 주장을 담은 이 책은 자본주의와 대중문화의 관계를 분석한다. 자본주의가 대중문화를 통해 어떻게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사람들에게 주입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책의 목표다. 텔레비전과 광고, 관광 등의 대중문화가 자본주의 확산을 낳고, 대중문화의 발전은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과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책은 관광이 반복적인 노동을 받아들이기 위한 일시적인 보상이라는 분석을 제시한다. 규격화된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산과 바다를 찾고 이국의 도시들을 방문한다. 여행을 못 가면 공항에라도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관광에 열광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또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행지의 노력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내년에도 다시 휴가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군말없이 일터로 돌아가 규격화된 노동을 계속한다.

책의 주장이 지나치다 싶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가 민중의 아편이 아니며, 지배자가 보낸 ‘트로이의 목마’가 아니라고 말하는 문화비평가들도 많다. 대중이 대중문화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로 비쳐지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소비재의 자유로운 유통을 혼동하는 경향이 강화된 나머지 문화산업화를 겨냥한 비판을 민주주의에 대한 비난으로 간주하는 현실에서 한 번쯤 귀기울여 들을 만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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