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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냐 사생활 보호냐 … 양자택일의 오류

입력 : 2016-11-26 03:00:00 수정 : 2016-11-25 20: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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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보호·안보 대립각 인식… 균형점 왜곡 / 양자택일 논리론 저울은 항상 안보로 기울어 / 공공의 이익만큼 개인 사생활의 중요성 논박
대니얼 J. 솔로브 지음/김승진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숨길 수 있는 권리/대니얼 J. 솔로브 지음/김승진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빅브라더’라 불리는 정부가 사람들을 촘촘하게 감시하고 엄격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묘사한다. 소설은 정부가 시민을 상대로 벌이는 감시활동에 집중한다. 1984의 관점은 낯설지 않다. 상당 부분은 이미 현실화됐다. 그런데 감시는 숨겨야만 하는 무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듯 보인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란 책이 있다. 주인공은 어느날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된다.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허사다. 종잡을 수 없는 법원시스템이 그에 대한 서류를 가지고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안보가 위협받자 각국은 정보기관의 감시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생활, 인권침해 논란이 격렬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뉴욕 테러 당시 쌍둥이빌딩(왼쪽)과 테러 방지를 위해 순찰에 나선 경찰들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권력의 조직적인 감시와 사생활 침해 문제를 다룰 때 흔히 하는 오류가 ‘오웰적 문제’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CCTV, 스마트기기, 신용카드 등을 통한 사생활의 노출을 걱정하지만, 노출되는 정보가 대단찮은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숨길 게 없으니 그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이다. 하지만 ‘카프카적 문제’로 접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정보들이 누적되어 퍼즐조각을 맞추듯 통합하다 보면, 숨기고 싶고 그래야만 하는 정보들이 노출될 수 있다. 각 개인은 이런 정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혹시라도 있을 정보의 오류를 시정하는 과정에도 배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생활은 일거에 잃게 되기보다는 서서히 잠식된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잠식되다가, 어느 날 문득 너무 많이 잃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책은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이 잘못 다뤄지고 있다는 것을 분석하면서 시작한다. ‘숨길 게 없으니 괜찮다’는 논리처럼 이 문제를 다룰 때 초점이 잘못 설정되었거나 심각한 왜곡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 안보와 사생활 보호를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태도도 그중 하나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테러공격 이후 미국 의회는 ‘애국법’을 서둘어 제정해 정부의 감시 권한을 강화시켰다. 정보기관은 여러 개의 정보수집프로그램을 가동해 도청을 하고, 민간기업들로부터 방대한 고객정보를 수집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테러가 잇따르자 정부는 한국도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졌고 격렬한 반대도 있었지만 국가 안보는 지상목표가 되어 반대 주장을 압도했다. 이럴 때 흔히 등장하는 것이 국가 안보냐, 사생활 보호냐를 묻는 양자택일의 논리다. 이런 태도는 사생활과 안보가 완전히 배타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책은 양자택일의 논리가 사생활과 안보 사이의 균형점을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분석한다.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것은 안보조치에 감독과 규율을 요구하는 것이지 안보조치를 없애도록 요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양자택일의 오류에 빠져 있는 한, 사생활 보호의 비용은 부풀려지고 안보조치의 중요성은 과장되어 저울은 항상 안보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책은 국가와 공공의 이익만큼이나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점을 조목조목 논증한다. 먼저 사생활과 안보의 가치를 논의하고, 법이 국가 위기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다룬다. 정부는 안보 위협이 현실화될 때 종종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더 많은 재량권을 요구하는 데 이런 것들이 종종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것임을 증명한다. 또 정부의 정보 수집활동 중 상당부분이 헌법의 규제 범위를 벗어난 것임을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도 빠뜨릴 수 없는 주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법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한다. 법률이 어떻게 정부의 정보 수집을 살펴보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법률을 조정해가는 일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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