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자와 만납시다] 가슴에 붙이고 우표 옆에 붙이고…크리스마스 씰의 추억

입력 : 2016-11-26 08:00:00 수정 : 2016-11-26 11:15: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 결핵을 없애준다는 말을 들은 A씨는 ‘이것을’ 가슴에 붙였다.

#2. 우표 옆에 붙이도록 하다 보니 B씨는 우표 대신 ‘이것을’ 편지봉투에 붙여 보낸 적도 있다.

#3. 전시회에서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린다고 입을 모았다.

#4. 올해는 독립운동가 10명이 담긴 ‘이것을’ 발행했는데,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SNS에서 홍보하는 등 반응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금 네 번이나 등장한 ‘이것’의 정체는 뭘까? 결핵 그리고 우표와 연관해 생각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바로 크리스마스 씰이다.

기자가 초등학생 시절,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담임 선생님께서는 크리스마스 씰을 사라고 말씀하셨다. 크리스마스 씰이 뭔지도 몰랐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고 결핵환자가 낫도록 해준다는 말씀에 여러 장 샀던 기억이 있다. 물론 크리스마스 씰을 썼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편지 보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5년에 발행한 크리스마스 씰.
1988년의 크리스마스 씰.


그래도 크리스마스 씰 속 그림 보기는 재밌었다. 어떤 해에는 물고기가 그려졌고, 또 다른 해에는 꽃이 폈다. 사람도 나왔고 뜻 모를 그림도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연례행사로 생각했던 크리스마스 씰은 점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씰은 점점 잊혔는데 결핵을 보는 사회적 인식이 약해지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고나 할까.

크리스마스 씰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행된 시기는 1932년이다. 캐나다인 선교의사 셔우드 홀이 결핵으로 죽어가는 한국인들을 보며 결핵퇴치사업을 결심했는데, 기금 마련을 위해 서양에서 널리 퍼지던 크리스마스 씰에 착안해 우리나라에서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1932년에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왼쪽)과 대한결핵협회 창립 포스터(오른쪽).


25일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퇴치사업 주요 재원이었다. 지금은 노숙인과 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결핵 발견 및 지원, 학생환자 지원 그리고 결핵 요양시설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다.

작년에는 36억원 모금을 목표로 씰을 발행했으며, 올해는 42억원 모금을 목표로 씰 988만매(1매당 300원)와 금속 책갈피(그린 씰) 43만7400개(1개당 3000원)를 발행했다.

30대 직장인 이모(31·여)씨는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크리스마스 씰이 기억난다”며 “처음에는 우표도 아닌데 왜 그리 많이 사오셨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불우이웃돕기가 목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이씨는 “열심히 우표와 함께 붙여서 보냈다”고 웃었다.

매년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때마다 씰을 모았다던 이씨는 “요즘 어린이들은 ‘스티커’ 정도로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63년에 발행한 크리스마스 씰(위)과 1973년의 크리스마스 씰(아래).


세계일보가 결핵협회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크리스마스 씰 모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6년과 2007년 66억원이었던 모금 목표액은 이후 3년간 60억원으로 줄었으며, 2011년에는 54억원 규모였다.

해가 갈수록 목표액은 계속 감소했는데, 2012년에는 48억원 규모였으며, 2013년에는 여기서 6억원이 더 줄은 42억원 규모로 씰이 발행됐다. 지난해 목표 금액은 36억원이었다.

2006년 93.7%를 기록한 모금비율은 2010년에 82.4%를 기록하면서 80%대로 떨어졌다. 이듬해 92.9%로 90% 선을 넘었지만 2012년에 89.7%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모금비율은 80~90%대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크리스마스 씰 모금을 하는 기업도 있다고 결핵협회 측은 밝혔지만, 자료에 비춰보면 씰을 향한 사회의 관심은 점점 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결핵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며 “호흡기를 통한 감염성 질환인 결핵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여름 대형 병원 의료진 사이에서 잇따라 결핵이 발생한 사례나 학교 내 집단 발병, 산후조리원 결핵 발병 등을 보면 늘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구단 캐릭터가 등장한 크리스마스 씰. 왼쪽은 2012년, 오른쪽은 작년에 발행됐다.


“요즘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씰을 어떤 물건으로 생각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스티커 정도로 인식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핵을 더 잘 인식하게 하고 크리스마스 씰을 통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핵협회는 정부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 결핵퇴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사업과 복십자의원을 통한 치료사업, 결핵균검사 및 연구·교육 훈련사업 그리고 저개발국가 결핵지원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대한결핵협회 제공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