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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눈에 비친 한국인·문화 어떤 모습일까

입력 : 2016-11-24 20:34:05 수정 : 2016-11-24 20: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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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작가 2명 한국 배경 소설 나란히 출간 외국 작가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집필한 장편소설 두 권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24)의 장편 ‘속초에서의 겨울’(북레시피·이상해 옮김)과 한국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미국 작가 팀 피츠(46)의 장편 ‘소주 클럽’(루페·정미현 옮김)이 그것이다. 젊은 여성 작가의 속초 이야기는 결이 섬세하고 시적인 반면에 미국인의 거제도와 통영 배경 소설은 걸죽하고 질펀하다.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속초에서의 겨울’

불어로 집필해 프랑스에서는 ‘문필가협회 신인상’을, 스위스에서는 ‘로베르트 발저 상’을 받은 이 작품은 작가의 정체성을 그대로 투영한 소설이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와 서울, 스위스를 오가며 자랐다. 철들 무렵까지는 자신이 조화로운 결합이라고 여겼지만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외가가 있는 한국으로 긴 여행을 하면서 정체성은 깨지고 만다.

‘속초에서의 겨울’은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투영한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프랑스인 아버지가 엄마를 유혹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래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자가 화자로 등장한다. 속초에서 펜션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 이 여자 앞에 프랑스인 중년 남자가 등장한다. 이 고독해 보이는 남자 얀 케랑은 세계를 돌아다니는 한 고고학자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르망디 해변과 닮은 속초에 와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자와 케랑은 사소한 것들을 매개로 조심스럽게 소통을 하지만 끝내 관계의 완성에 이르지는 못한다. 케랑은 말미에 그의 만화 속 인물처럼 조용히 사라지고 만다. 작가에게 속초와 노르망디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인 셈이다. 먼 곳에 있는 전혀 다른 장소이지만 비슷한 속성을 지닌 시적인 공간이 바로 그녀의 몸이요 정서인 것인데, 서로 다른 것의 결합은 완벽한 합체에 이르지 못한 채 부유하는 느낌이다. 케랑의 입을 빌려 작가는 “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전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여자의 시선을 통해서는 “그는 나에게 내가 모르는 뭔가를, 세상 반대편에 있는 나의 일부분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면서 “그가 나를 그려주길 바랐다”고 적는다. 완전한 소통의 어려움을 예감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와 정체성의 조화를 기대하는 젊은 여성작가의 깊은 바람이 겨울 속초를 담은 수채화 같은 문장들에 스며들었다.


미국 작가 팀 피츠.
◆‘소주 클럽’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강의하며 문예지 편집진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미국 작가 팀 피츠. 그는 2000년부터 5년 동안 한국에서 살다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와 함께 필라델피아에서 살고 있다. 그가 한국에 체류할 때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사진전도 열었거니와 이때의 인상과 에피소드들을 재료로 펴낸 장편이다. 부산 거제 통영을 공간적인 무대로 삼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을 ‘소주 클럽’으로 명명하여 한 가족의 복잡한 관계와 이면을 걸죽하게 담아냈다. 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 화자는 둘째 아들이자 작가인 홍원호. 그는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소설을 쓰되 외국 매체에 발표하고 그곳에서 출간하는 글로벌 소설가이다. 작가 자신의 분신인 셈이다.

아버지는 선장이었는데 바다에 나가면 고기를 잡는 천재였지만, 뭍에서는 술에 절어 살며 오입쟁이로 어머니의 속을 썩이는 인물형이다. 이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소주클럽 일당과 함께 독도 근해까지 참조기를 잡기 위한 장정을 감행한다. 은퇴한 뒤 육지에서 술만 마시던 아버지의 옹골찬 기획이었는데, 독도 인근까지 접근해 빈 소주병을 화염병으로 만들어 일본 어선에 투척하고 불화살을 날린다.

창녀들과 서구 스타일의 섹스 묘사도 등장한다. 화자의 어머니가 빚는 막걸리를 비롯해 한국 음식 이야기들이 곳곳에 풍성하게 깔리는 것도 이채롭다. 이방인 작가의 시각에 비친 이즈음 한국의 사람과 문화를 들여다보는 데 유용한 작품이다. 옮긴이 정미현은 “한국 소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세대 간의 삐걱거림, 부자지간의 골, 문제 가정, 어머니의 희생, 아버지의 부재 혹은 무책임 등의 소재를 영어라는 언어를 빌려서 한국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정의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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