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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소비하다… ‘페미 굿즈’ 대중 속으로

입력 : 2016-11-22 21:09:11 수정 : 2016-11-22 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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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잠(학과 단체 점퍼)’, 메이데이(5·1 노동절) 티셔츠, 체육대회 유니폼…. 성인이라면 누구나 ‘단체티’의 추억을 한두 번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딱 하루 입고 다시는 못 입는데도 학기가 거듭되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단체티는 하나씩 늘어갔던 추억 말이다.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각종 ‘페미니즘 굿즈’(goods·기념품)는 우리의 옛 단체티에서 진화한 것일까? 청춘들이 저마다 자신의 위치, 자신의 소속에서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와 믿음, 주장을 담았던 옷과 물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넓고 또 깊게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두 여성이 의기투합해 만든 에코백. 자기주장을 하는 여성을 ‘설친다’고 말하는 데 대한 반대 표시로 ‘Speak loud’라는 문구를 넣었다.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늘어가는 ‘굿즈 마니아’

다재다능 청춘들의 메이커(제작자) 문화와 유쾌한 아이디어, 저성장 시대에 부활한 아날로그적 일상, 취향과 사상 및 생활과 정치를 한데 뒤섞기, 평등하고 느슨하면서도 특정 이슈에 힘을 모을 때 만큼은 강력한 네트워크, 크라우드 펀딩에의 친숙함,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적 진보인 SNS. 요즘 세대를 설명하는 이 모든 키워드의 교집합에 ‘페미굿즈’ 열풍이 있다.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약육강식 사회가 될수록 여성은 위험에 노출됐고, 목소리를 내는 데 갈증을 느껴온 여성들이 결국 참다 못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직장인 김모씨는 “대학 시절 새마을호 여승무원 파업을 지지하는 배지를 제작해 팔거나, 노동절 단체티를 맞춰 입은 적도 있지만 그때뿐이었다”며 “일상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았는데, 최근 페미굿즈를 보고 기념품을 사 모으는 소소한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또래인 강모씨도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올라오는 프로젝트를 보고 마음에 들면 후원을 하고, 리워드로 받은 기념품을 친구나 후배에게 선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아무 말이나 쓰인 옷이나 물건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구입하나

‘굿즈’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모인 예술가 그룹이나 전문가 그룹, 여성단체, 뜻을 같이하는 개인들이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프로젝트를 내걸면, 일정 기간 펀딩을 받아 물건을 제작해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에게 기념품을 보내는 구조로 유통된다. 돈을 내는 사람은 구매자이자 후원자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후원도 하고 ‘굿즈’도 얻는 일석이조를 누린다. 경계가 불분명해 보이지만 ‘의미있는 소비’ 또는 ‘착한 소비’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에겐 친숙한 정체성이다.

개인이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인들과 나눠 쓰고 싶은 개인이 물건을 만든 김에 일반에도 공개하거나 주문을 받아 제작하기도 한다. 선후배, 동료 등 삼삼오오 지인들끼리 뭉쳐 업체에 주문제작, 공동구매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나온 상품을 구매할 땐 프로젝트 형식이라 일정 기간에만 제작, 판매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느 인터넷쇼핑 하듯 장바구니에 넣어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가는 주문 가능 날짜가 지나버릴 수 있다. 일찍 주문하더라도 펀딩 기간이 다 끝나야 제작에 들어가 물건을 배송 받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펀딩 기간 안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하므로 나중에 환불을 받아야 한다.

최근 제작된 ‘굿즈’는 에코백과 점퍼, 티셔츠, 속옷, 스카프, 배지, 휴대전화 케이스, 보틀, 달력, 스티커 등 문구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모두 실생활 요긴한 물건들이고, 인테리어와 데코 분야까지 확장 가능성도 크다. 절찬리에 판매 중인 ‘굿즈’들을 모아봤다. 마침 연말연시 선물로도 제격인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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