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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간신을 낳는 몽매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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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0 21:52:05 수정 : 2016-11-20 2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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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도 캐도 끝없는 국정농단 부패. 양파껍질 같다.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구속기소하며 검찰은 이런 발표를 했다. “대통령에 대하여 현재까지 확보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상당부분 공모관계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대통령을 공범으로 못 박았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기표한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할까.

국정농단 사태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간신열전을 들춰 봤다.

당나라 노기(盧杞). 생김새가 추했다. 얼굴에 푸른색이 감돌고 괴기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성정은? 간사하기 짝이 없었다. 부패한 관료들의 틈을 비집고 들었다. 쇠도 녹이는 말솜씨로 황제에게 다가간 노기. 당대 조정의 기둥인 양염과 장일을 음해해 제거한다. 서예가 안진경도 그의 암수에 걸려 죽었다. 황권을 농단하며 온갖 못된 짓을 한 노기의 가렴주구. 인구 100만인 장안 백성은 재산을 탈탈 털렸다. 문을 닫지 않은 상점이 없었다고 하니 원성은 얼마나 자자했을까. 결국 절도사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덕종 이괄은 함양으로, 봉천으로 도망쳐야 했다. 노기는 반란군을 진압한 삭방절도사 이회광에 의해 유배지에서 처형된다. 그의 나이 51세 때다.

노기가 죽은 뒤 덕종은 이런 말을 했다. “노기의 충정과 청렴을 모르고 사람들은 간사하다고 하니 짐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대신 이필은 화가 났던 모양이다. “모두가 간신이라고 하는데 폐하만 간사함을 깨닫지 못하니 … 진작 깨달았다면 어찌 이 지경에 이르겠습니까.”

성종 24년, 대사헌 성현과 대사간 이덕승이 임금에게 아뢴다. “덕종은 노기의 간사함을 알지 못한다고 했으니 세상을 속이고 도둑질한 것이 이와 같습니다.” 종부시정 이창신을 두고 성종과 벌인 간쟁의 대목이다.

박 대통령 왈 “가장 힘들던 시절 곁을 지켜 주었기 때문에….” 최순실을 두고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라 망친 도적”이라고 생각할까, 덕종처럼 “짐은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고 할까. ‘몽매한 눈’은 나라를 망쳤다. 노기로 인해 망국의 길로 들어선 당. 우리는 어떨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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