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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마다 '최순실 계획→박 대통령 지시→안종범 행동'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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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0 18:44:28 수정 : 2016-11-20 22: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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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 들여다보니 검찰 수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씨,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47)전 부속비서관이 대기업 상대 강제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의 범행에서 맡은 역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씨 일당의 범행 과정을 도와준 단순 ‘종범’이 아니라 전체 범행 구조와 방향, 목표를 좌우한 ‘정범’이라고 판단했다. 현직 대통령이 중범죄의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되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브리핑룸 메운 취재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을 가득 메운 취재진이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검찰, “박근혜 대통령은 정범”

검찰은 20일 박 대통령을 정식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형법 30조의 공동정범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형법 30조의 공동정범은 전체 범행의 일부를 돕는 데 그친 종범과 달리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공동의사를 갖고 하나의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적용하는 조항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주범’이란 뜻이다.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대기업의 자금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로 스스로 ‘착안’했다. 이후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과 단독면담을 하겠다.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과 독대하며 “재단을 설립하니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의 ‘미르’라고 하라”며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사무총장 명단, 사무실 위치 지정, 재단 정관과 조직도를 건네기도 했다. 최씨는 그 사이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재단 인사를 착착 준비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수족 노릇을 했다. 재단 설립 목표일인 10월 27일을 맞추기 위해 세종시의 문체부 직원을 서울로 출장을 보내 전경련에서 신청서류를 받아왔다. 재단 측은 법령상 지켜야 할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 등을 완비하지 못했는데도 문체부는 일사천리로 출범을 도와줬다.



◆서열 1위 최순실, 박 대통령 지시 따라 이행

또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사건마다 ‘최씨 계획·구상→ 박 대통령 지시→ 안 전 수석 행동’이란 구조가 반복된다. 검찰은 이 때문에 요소요소에 “최씨가 계획을 정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전달하고”, “최씨가 지시하여” 등의 문구를 넣었다. 가령 박 대통령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형 소유 회사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 납품업체에 선정되도록 하는 데 관여했다. 최씨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KD코퍼레이션의 사업소개서를 박 대통령에게 건네자, 박 대통령은 한 달 후인 2014년 11월 안 전 수석에게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현대차가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해당 업체는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 앞에서 사업소개서를 현대차 임원에게 건네는 통에 현대차는 어쩔 수 없이 이 회사를 하청업체로 선정했다. 최씨는 그 대가로 딸 친구 학부형에게서 1000만원대 샤넬백과 현금 4000만원을 받았다.

최씨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대기업의 무리한 지원, 롯데그룹에 대한 재단 출연금 강요 등에도 박 대통령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예컨대 올해 2월 포스코에 배드민턴팀을 창단시켜 자신 소유 회사가 선수단 관리를 맡아 돈을 벌겠다고 최씨가 계획을 세우자, 박 대통령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포스코가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했으면 좋겠다. (최씨 소유) ‘더블루케이’가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직접 언급했다. 포스코는 처음엔 버텼지만 결국 청와대의 위세에 굴복해 펜싱팀을 창단해 더블루케이에 관리를 맡기기로 합의했다.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장애인스포츠단을 설립하게 할 때, 최씨가 자신의 지인들을 KT 임원으로 채용되게 할 때 등 대부분의 경우에 박 대통령은 최씨 개인 민원을 공식화하는 창구역을 맡았다.

검찰은 왜 박 대통령이 국사를 운영할 때마다 “최 선생님의 컨펌(확인)”을 받아야 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등 40년간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고, 특히 18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을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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