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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풍전등화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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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8 21:21:48 수정 : 2016-11-18 2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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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협상을 시작해 6년 뒤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효자 노릇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견지명으로 시작돼 이명박 대통령이 엄청 욕먹으면서 성사시켰다. 여당 때 찬성했다가 야당이 되자 반대했던 정치인들은 꼬리 내리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지 이웃나라가 들끓었다. 일본은 한·미 FTA 발효 이듬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뛰어들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FTA를 가만두지 않을 태세이다. 그는 TPP에 대해 “재앙”이라며 탈퇴를 공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화급하게 트럼프를 만나서 TPP 탈퇴를 만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수술대에 보낼 요량이다. 재협상과 탈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상계관세 45% 카드를 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미 FTA도 풍전등화이다. 최석영 전 FTA 교섭대표는 “실탄 준비가 촉박하다”며 걱정했다. 미국의 협상 재개 요구에 대비하라는 것. 무역거래 피해·적자 규모를 아이템별로 산정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정부 출범 때 외교부 소속이던 통상교섭본부를 산자부로 옮기면서 한·미 FTA의 전문성이 실종됐다. 밀고 당기기 노하우를 축적한 협상가들은 외교관들이었는데 이들은 산자부로 가지 않았다. 의회 인준 등 마무리 작업을 한 외교부 인사들은 당시 기능 약화를 초래하는 조직개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통상교섭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초대 산자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통상교섭본부 관료들은 “뜻밖”이라며 기겁했다. 통상교섭본부의 산자부 이관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때문으로 요즘 해석되고 있다.

도널드 만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어제 한미클럽(회장 봉두완)이 조선호텔에서 주최한 강연을 통해 트럼프가 한·미 FTA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출신인 그는 미국이 손해본 게 없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만줄로의 예측이 맞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초비상 경계령을 발동해야 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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