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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하고 공유한다” 대물림되는 트라우마

입력 : 2016-11-18 21:37:24 수정 : 2016-11-18 21: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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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월린 지음/정지인 옮김/심심/1만7000원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마크 월린 지음/정지인 옮김/심심/1만7000원


가족의 역사를 타고 내려오는 암울한 기억, 고통스런 사건이 후대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법을 제시한다. 책에는 수많은 가족 이야기가 등장한다. 폐소공포증을 느끼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 대학살 지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의 높은 자살률, 세계무역센터 테러 생존자 자녀들이 겪는 우울증, 캄보디아 킬링필드 생존자의 후손이 보이는 폭력성 등이 트라우마의 사례들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가족포치연구소의 마크 월린 대표는 20여년간 환자 수천명을 치료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으로 마음에 남게 된 상처인 트라우마는 자녀에게도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16세 소녀 샌디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증에 시달렸다. 그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집안의 후손이었다. 그의 조부모와 고모가 아우슈비츠에서 질식사했을 때 열아홉 살이던 그의 아버지는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트라우마가 세대에 걸쳐 유전되는 몇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하나는 세포생물학 분야의 연구 결과다. 임신 기간 모친의 호르몬과 정보 신호가 태아의 세포 속 특정 수용체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이는 태아의 몸에 생리학적 변화를 야기한다. 다시 말해 모친이 반복적으로 느낀 분노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태아에게 각인돼 ‘사전프로그램화’된다는 것.

또 하나는 후성유전학의 연구 결과다. 아무런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아 ‘정크DNA’라고 불렸던 비부호화(Noncoding)DNA를 통해 트라우마가 유전된다는 것. 개인의 생활 스타일과 습관에서 비롯된 ‘화학적 표지’(chemical tags)가 이 DNA에 부착돼 자녀에게 전달된다. 저자는 치유법으로 ‘핵심 언어 접근법’을 소개한다. 즉, 트라우마를 깨닫고 이를 말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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