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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 리스크’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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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21:37:32 수정 : 2016-11-14 21: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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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전 세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공백으로 트럼프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아웃사이더’,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자’라는 수식어로 우리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트럼프를 보았다. 그렇기에 트럼프의 정책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국민이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를 바로 알고, 미 대통령 선거 유세의 본질을 알며, 대통령 후보들의 과거 유세행위의 패턴을 알면 트럼프 역시 다른 대통령과 별반 다른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 정치학
먼저, 미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의 예상을 뒤엎은 것은 미국이 변한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변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구성한 다양한 문화와 민족 국가다. 초기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의 법과 제도와 가치를 존중하며 미국에 동화하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민자들은 예전과 같이 미국에 완전히 동화해 ‘미국인’으로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가 아는 미국은 선거 결과에서 보듯 뉴욕과 캘리포니아뿐이었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의 미국 정보는 이 두 지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도 드러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유세는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하다. 이미지 정치가 1990년대부터 성행하면서 완전히 쇼 비즈니스로 바뀌었기에 유세장의 언행은 과격해지고 자극적으로 변했다. 이를 우리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쇼는 끝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말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자들의 동맹국에 대한 과거 발언은 줄곧 쇼킹했다. 동맹국에 대한 쇼킹한 발언은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후보 시절인 1968년부터 시작됐다. 닉슨은 당선 후 1969년 미군의 아시아 철수를 담은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었지만 부분적으로 감축됐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도 추진됐으나 민주당 내에서조차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일부 감축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아버지), 빌 클린턴, 조지 부시(아들) 등 모두 주한미군 재조정을 유세 의제로 다루었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결과적으로 방위비 분담 증대를 위한 명분 쌓기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트럼프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미국에 이득이 됨을 인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로 이익이 되는 윈·윈모델을 제시한다면 양국 간 협력은 강화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를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미 의회다. 미 의회에 로비를 해야 한다. 미국 외교는 의회정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 공약을 내건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미지수다. 예상치 못했던 미국발 악재가 우려된다. ‘트럼프 리스크’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많은 대안과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고 당당하게 맞서자.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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