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농단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가 불거진 뒤 대기업 총수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권 회장이 처음이다. 그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한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관해 집중 추궁했다. 차씨는 지난해 3월부터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사 C사를 상대로 지분 80%를 넘길 것을 회유·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C사가 지분을 넘기지 않자 광고 발주를 줄였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 권 회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권 회장에게 차씨 측의 포레카 인수 협조 등을 요구했는지도 캐물었다.
권 회장은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K와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황은연(58) 포스코 사장을 만나 배드민턴팀 창단 문제를 논의하며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에도 등장한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14년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최씨 등 이른바 비선라인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기술연구소장을 지낸 순수 기술인 출신으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가 회장에 뽑히자 업계 안팎에선 ‘의외’라는 뜨악한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권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63) 대구대 교수와 박근혜 대통령 및 최씨 등과의 친분설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의 서강대 2년 후배로,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여성정책을 자문한 것을 시작으로 최씨는 물론 정호성(47·구속)·안봉근(50)·이재만(50)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도 교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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