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도 정략보다 국민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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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절체절명의 국가위기에서 각 정치 행위자들의 이성적 행동과 합리적 대안이 절실하다. 그 첫 번째 단추는 박 대통령이 끼워야 한다. 박 대통령은 통절한 반성과 결연한 의지로 결자해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혼돈의 정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2선 후퇴’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그것은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13분간 대화했는데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는 건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정치학 |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관건이다. 최순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고 감싸기라는 의혹이 만연돼 있다. 국가 강제권력의 원천인 검찰이 법치주의를 가볍게 여기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며 부패·부조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포함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행하지 못한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는 없다. 검찰은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적 공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태수습의 궁극적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광화문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의 분노와 절규는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국정농단의 파렴치한 범죄 집단과 부적절한 정부 당국 조치에 대한 정당한 시민불복종운동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민적 운동에 편승해 특정 정치이념을 전파하거나 정치적 선동이 자행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오로지 쟁점에 초점을 맞춰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정부 당국과 정치인들이 합리적 대안으로 사태수습의 길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국민과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승적 자세가 절실하다. 최순실 사태가 블랙홀이 돼 작금의 안보위기와 경제절벽이 악화된다면 이 또한 국민이 감내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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