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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청 미완성 문서' 미리 받아봐… 결재권자처럼 행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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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8 19:18:56 수정 : 2016-11-08 22: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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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서 드러나는 정황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60·구속)씨가 마치 공식 권한을 가진 결재권자처럼 청와대와 각 부처 업무 문서를 사전에 챙겨본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씨와 이를 최씨에게 수족처럼 보고한 청와대의 실체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문건 유출과 관련해 “박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 칼날이 점차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의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8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피곤한 듯 눈을 감은 채 휠체어에 앉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최씨의 태블릿PC를 복구해 문서 200여건을 확보하고 이들 문서 대부분이 공식 문서번호가 붙기 전 미완성본 문서였던 점을 확인했다.

특히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들은 박 대통령의 연설문뿐 아니라 북한과의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담긴 외교부 보고서, 각 부처와 조율해 완성하는 국무회의 자료 등이 총망라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문서가 붙여지기 전 이 문건들이 비공식 업무 협조 형태로 청와대 부속실로 넘어왔고 이 문건을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각 부처와 청와대 문서 작성자, 중간 결재자들을 조사해 해당 문건의 유출 경위 등을 확인했다.

검찰이 압수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음성 녹음 파일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수석비서관 회의 안건 등 문서를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토대로 문서 유출 경위를 추궁하자 “박 대통령 지시로 연설문을 비롯한 업무 문서들을 최씨 측에 전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의 지시 배경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연설문 등과 관련해 국민 반응 등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의견을 구하는 차원에서 문서를 전해주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최씨가 받아 본 문건들은 공식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앞서 검찰은 한두 건의 최종 문서가 있지만 이는 청와대 생산 문서가 아니라 정부 부처의 문서를 보고받은 것이라 법이 규정하는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에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말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만 적용했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의 기소 여부와 별개로 최씨는 정부 부처의 각종 문서를 받아보고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기밀이 담긴 정부 문서를 유출했다고 시인했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기소 여부를 떠나 대통령을 상대로 최씨 측에 문서를 내주도록 지시한 경위와 의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최씨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결국 박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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