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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줄줄 새는 기업정보… '보호지수' 50%도 못미쳐

입력 : 2016-11-08 20:45:58 수정 : 2016-11-08 20: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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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식재산위원회·KAIST 미래전략연 보고서
#국내 유명 반도체 장비업체 A사에 다니던 직원 5명은 지난해 하나둘 회사를 그만뒀다. 사원들의 퇴직이 개인적인 문제인 줄 알았던 A사 대표는 이들이 경쟁사인 중국업체로 스카우트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사 대표는 자체 보안감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퇴직한 사원들은 사외반출이 금지된 신제품 기술자료 서류들을 스캔해 그림파일로 만든 다음 개인메일로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자료를 유출한 직원들은 중국 업체로부터 고액 연봉과 함께 신제품 매출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받기로 한 사실도 알게 됐다. 퇴사 과정에서 해당 직원들에게 영업비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보안각서를 받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A업체가 개발한 반도체 장비기술을 중국기업에서 먼저 상용화할 경우 연간 6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A사는 현재 중국업체와 전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의 비공개정보(영업비밀)가 유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A사처럼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시스템 부재와 보안교육 미비 등으로 정보보호 지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기술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정보자산 보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작성한 ‘비공개 정보의 유출 유용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2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6개 분야 비공개정보 보호지수를 측정한 결과 평균 3.28점(7점 척도)에 머물렀다.

비공개정보 보호지수 조사는 △인사관리 △보안조직 △문서관리 △시설보안 △전자보안 △거래보안 등 총 6개 분야 41개 문항에 대한 설문조사 형식으로 이뤄졌다. 

비공개정보 보호지수가 가장 낮은 분야는 문서관리로, 2.90점에 그쳤다. 이어 ‘전자 보안’(3.11점), ‘보안 조직’(3.20점), ‘시설보안’(3.25점) 등도 취약했다. 거래보안(3.77), 인사관리(3.71) 등은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50% 수준을 겨우 넘기는 정도였다.

특히 문서보안 분야의 경우 ‘사내에서 생산되거나 외부에서 획득한 문서의 등록시스템을 운영하는가’라는 설문에 대한 기업 평균 점수는 2.4점으로 가장 낮았다. 기술 문서를 파쇄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새롭게 등록되는 문서에 대한 보안등급 설정, 관리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비공개정보 보호를 위해 정부도 지난 4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고 ‘중소기업 기술 보호 종합 대책‘을 심의, 확정한 바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이 낮을 뿐 아니라 기술 유출 등을 통한 이익에 비해 벌금 등 형사적 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대책이다. 악의적인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릴 방침이다. 하지만 사후 처벌 중심의 제도 개선만으로는 다양한 원인에 의한 비공개정보 유출을 방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고서는 “비공개 정보 유출 시 기업들이 추가 피해를 우려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보교육·자문 역할을 하고, 유사시 피해구제에 나서는 기관을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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