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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여전히 엎드려, 눈치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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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9 01:21:45 수정 : 2017-02-03 19: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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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주인… 공직사회 깨어나야
밑으로부터 과감한 개혁 나설 때
‘복지부동(伏地不動)’에서 ‘복지안동(伏地眼動)’. 누군가 요즘 공직사회 모습을 비꼰 말이다. ‘복지부동’이야 익히 알지만, ‘복지안동’은 뭔가. ‘납작 엎드려 이리저리 열심히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어느 공무원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또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자리나 지키면서 눈치나 살피고 있다”고.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의 그 엄청난 요동으로부터 공직사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가장 참담한 심정일지도 모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한 일들이 대통령을 조종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비선실세의 탐욕을 채워주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비선실세의 검은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그들의 인사와 정책, 예산 전횡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만신창이가 됐다. 장차관을 하수인으로 앞세워 문화·예술을 쇼로 만들고, 체육과 관광을 자기들 놀이터로 만들었다. 그것도 모른 채, ‘문화융성’, ‘체육 개혁’이란 자부심을 갖고 뛰어다닌 공무원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말해 무엇하랴. 알고 있으면서도 자리보전을 위해 눈 감고 입 닫고 있었던 공무원들은 자괴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만이 아니다. ‘창조경제’를 빈껍데기로만 치장하는 것에 국민의 세금을 마구 쏟아붓고, 공치사를 늘어놓은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최순실이 딸 하나를 위해 대학을 쑥밭으로 만들고 입시제도까지 멋대로 바꾼 사실을 알게 된 교육부 공무원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그렇다고, 정부 자체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놓였다고 공직사회까지 손 놓고 있거나, 엎드려 눈치만 보며 지금의 ‘아노미’(무정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만 오물을 뒤집어썼다는 항변도 비겁하다. 어느 정권에서나 애국과 애민의 탈을 쓴 완장은 있었다. 공직사회는 늘 그들의 눈치를 봤다. 진짜 상관은 그들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그들의 추악함, 무능함, 자기탐욕이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공직사회 본래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공직사회가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용기를 가지고 실천하고, 버려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진정한 자기 성찰과 용기 있는 고백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나락으로 빠지고, 국민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알고도 침묵했거나 본의든 아니든 동조했다면 감추거나 지우려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숨김없이 고백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번만큼은 윗선에서 끝내지 말아야 한다. 아래까지 철저하게 사람과 정책의 옥석을 가려내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먼저 나서지 않고, ‘척’하는 시늉만 내는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눈치 보기와 책임회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만이 부패한 비정상적 권력으로 무참하게 무너진 공직사회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공무원은 오로지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철밥통’이란 이미지를 바꾸는 길이다. 공직사회가 이번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또 다른 최순실이 나올지도 모른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공직사회의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무너진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 합리적인 시스템을 자기 이익만을 위해 제멋대로 주물러온 인간들이다. 공직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직하고, 유능한, 특히 젊은 공무원이 많다는 것을. 그들을 타성에 젖게 만들고 체념을 강요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쉽게 썩고, 정권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사람들이다. 개혁의 주인공은 결코 그들이 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공직사회가 ‘밑으로부터 개혁’을 시작할 때다. ‘최순실 게이트’가 준 과제이며, 국민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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