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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병우에 절절매는 검찰, 최순실 의혹 파헤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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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8 01:30:28 수정 : 2016-11-08 01: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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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황제조사’로 또 논란이다. 그제 소환된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여유 있는 표정을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검찰 직원들은 일어서서 다소곳이 앞으로 손을 모으고서 그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조사를 받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출두할 때부터 ‘황제소환’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는 본격 조사를 받기 전에 수사팀장인 윤갑근 서울고검장실에 들러 차 대접을 받았다. 조사실에 들어와서도 곧바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처음 1분여 동안 조사실 안에서 왔다 갔다 스트레칭을 했고, 우 전 수석이 가까이 오자 수사관들이 일어서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조사 도중엔 간간이 휴식을 취하면서 검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권력자 우병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검찰이 자연인 우병우 앞에서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우 전 수석은 단순한 개인 비리 차원을 떠나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당사자다.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소임을 충실히 했다면 국기를 뒤흔드는 농단 사태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본연의 역할은 고사하고 그가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에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은택 전 창조경제단장에게 불법 모금에 관해 걱정을 표했더니 ‘우병우 수석이 봐주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 전 수석이 차씨에게 검찰 간부를 소개해줬다는 증언도 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단 모금 등에 우 전 수석과 검찰이 직간접으로 연루됐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판국에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칙사 대접하고 있으니 어떤 국민이 검찰 수사를 신뢰하겠는가.

검찰은 어제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직무유기 부분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황제수사 논란으로 김수남 총장의 질책을 받은 뒤에 나온 변화였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무엇보다 검찰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정을 농단한 이번 호가호위 사태는 호랑이의 권세를 쥔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선 진실이 밝혀질 수 없다. 권력 앞에 몸을 움츠리는 지금의 ‘작은 검찰’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검찰 스스로 모든 것은 던지는 사즉생의 각오 없이는 안 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손을 떼고 특별검사에게 넘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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