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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특파원의 월드와이드 뷰] 한국엔 ‘정치 검찰’… 미국엔 ‘정치 경찰’

입력 : 2016-11-06 19:04:46 수정 : 2016-11-06 22: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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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우병우’ 눈감았던 검찰/
비리 노출… ‘사과’ 후 행동개시/
미도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등/
FBI ‘수사권 남용’ 숱한 오욕/
권력 하수인 검경 대수술 필요
지난 7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워싱턴=AP연합뉴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으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한국 검찰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의 우병우씨를 심어 놓았고, 우 전 수석은 최씨가 막후에서 제멋대로 국정을 주무르도록 철갑 보호막을 쳤다. 언론의 보도로 최씨의 온갖 비행이 드러나기 전까지 한국의 검찰은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손에 움켜쥐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이 기소권을 쥐도록 역할이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정치 검찰’보다는 ‘정치 경찰’이 늘 도마 위에 오른다. 최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대선 투표일 직전에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나서는 정치적 결정으로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코미 국장은 클린턴 후보가 클린턴 재단 기부자에게 국무장관 재임 시절에 특혜를 주었는지 수사하고 있다는 정보도 흘렸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클린턴 캠프는 이런 코미 국장에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하면 정보를 취득한다. 이 정보가 바로 힘의 원천이다. 수사 정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미국의 현대 정치사도 FBI의 수사권 남용과 정치 공작으로 숱한 오욕으로 점철돼 있다. 그 중심 인물이 에드거 후버이다. 후버는 1924년 FBI 국장에 취임해 무려 48년 동안 재임하다가 1972년에 77세로 사망하면서 그 자리를 내놓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부터 리처드 닉슨까지 6명의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그는 FBI 국장 자리를 지켰다.

후버는 수사를 통해 얻은 정보로 무장해 있었기에 역대 대통령이 감히 그를 쳐내지 못했다.

현 코미 FBI 국장은 이번 대선전에 개입했다가 이제 ‘에드거 코미’로 불린다. 에드거 후버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현지시간)자 사설을 통해 “FBI가 사법당국을 정치화하는 동기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들의 행동에 구역질이 난다”고 질타했다.

수사 기관이나 사법 당국, 정보 기관 등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국가 중추 기관이 정치적 목적으로 운영되면 법치주의가 깨진다. 문제는 이들 기관 구성원 전체가 아니라 수뇌부가 쉽사리 권력의 마피아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검사 전체가 정치 검찰의 구성원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FBI 수사 요원이 모두 정치적으로 타락한 것도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는 검찰총장이나 검사 출신의 청와대 민정 수석, 미국에서는 FBI 국장 등 수뇌부가 특정 정권이나 정당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으로 정치 경찰이 수술대에 올랐듯이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 검찰이 암 덩어리 정치 검사를 조직에서 도려내는 대대적인 수술을 받아야 한다.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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