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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 수난의 2016년, 삼성·롯데 ‘추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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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5 15:25:05 수정 : 2017-01-09 14: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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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기업 ‘수난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전자·IT 1등 삼성전자, 유통공룡 롯데그룹, 자동차 1위 현대차 등 굳건했던 각 분야 1위 기업들이 연이어 수난사를 기록 중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브랜드 삼성은 초유의 ‘갤노트7 사태’로 해외에서도 조롱받기에 이르렀다. 이들 재계 대표주자들의 ‘역대급’ 추락을 지켜보는 사회적 공분도 심상치 않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표출되고, 국민들의 반재벌 정서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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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노트7 악재에 최순실 게이트·이건희 동영상까지

삼성전자에게 2016년은 최악의 해로 꼽힐 만 하다. 가장 큰 불운은 단연 출시 2개월 만에 ‘단종’이라는 비운을 맞게 된 갤럭시노트7 사태다. ‘지상 최고의 스펙’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없어서 못 파는’ 공급대란의 주인공이 되더니 원인 미상의 단말기 발화 사례가 잇따르고, 두 차례나 대규모 리콜을 감행해야 했다. 한 마디로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1등만 해 온 삼성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조롱은 더욱 뼈아팠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안전 문제에 민감한 해외 시장에서의 거센 비난은 국내에서도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난 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떤 회사의 스마트폰에 버그가 있다면 해결하고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 물론 불이 붙는다면 판매를 중단해야겠지만”이라며 비꼬았고, 이번 핼러윈을 강타한 새로운 의상은 ‘불 탄 갤노트7’ 코스튬이었다. 여기에 1·2차 리콜을 거치면서도 아직도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회수율이 오르지 않자 강제로 실시한 배터리 60% 제한 조치,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하는 보상안, 계속해서 제기되는 해외·국내 소비자 차별 대응 논란 등은 국내 ‘충성고객’들의 등마저 돌리게 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핼러윈을 맞아 등장한 ‘불 탄 갤럭시노트7 코스튬’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트위터·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최순실 사태’에서도 삼성은 불똥을 피하지 못했다. 갤노트7 대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맞은 탄환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르와 K 스포츠재단 모금에 참여한 것 이상으로 직접 별도의 채널을 통해 최순실 측을 지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순실·정유라 모녀 소유의 스포츠컨설팅 회사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약 35억원을 지원했다는 의혹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 측은 “루머에 대응하지 않는다. 승마협회 회장사로 유망주 6명을 지원하려 했으나 정유라 외 나머지 선수 선정이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이건희 회장의 불법 성매매 의혹이 보도되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기 전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에는 이 회장의 모습과 목소리,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대화 등이 등장했다. 이를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 제작진은 성매매에 대한 삼성의 조직적 지원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삼성 측은 “회장의 사생활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 4개월 수사 종결됐지만…끝나지 않은 비극

국내 유통업계 맏형이자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지난 달 검찰수사가 마무리되고,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5대 쇄신안’을 발표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총수 일가의 부정부패 의혹과 형제 간 경영권 싸움, 수백억원대 계열사 비리, 기형적 순환출자 구조 등 재벌기업의 구시대 악습을 총망라한 민낯이 드러난 만큼 한동안 충격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전(前)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현(現) 회장. 사진=세계일보 DB

지난 해 7월 신동주·동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두 번 연속 면세점 도전 실패,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사태, 롯데홈쇼핑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결정,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롯데는 1년 새 6차례 대형 악재를 만났다. 총수 일가의 폐쇄적 지배구조가 드러나고 기업 국적 논란이 불거지자 사회 전반에 반 롯데 정서가 확산됐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으로 일부 소비자단체의 롯데 불매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국세청의 롯데 계열사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롯데그룹 지배구조 조사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졌다.

지난 달 19일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100여일간 진행된 대규모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롯데 총수 일가 5명은 한꺼번에 재판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94) 총괄회장은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의 수천억원대 증여세 미납과 롯데시네마 일감 몰아주기, 1250억원대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와 장녀 신영자(57)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각각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동주(62)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다. 일가 상당수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거나 재판을 앞둔 탓에 지난 3일 만 94세 생일을 맞은 신 총괄회장은 어느 때보다 쓸쓸한 생일을 보내야 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내며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재벌기업들은 전에 없던 ‘신뢰도 추락’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 ‘반재벌 정서 확산’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동안 짐작만 했던 부패상이 낱낱이 드러나며 국민들의 실망도 극에 달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갤럭시노트7 이전에 삼성은 한국의 예외적인 존재였다”며 “똑같은 잘못을 해도 전교 1등이니 봐주자는 식이었다면 이번 갤노트 사태를 거치면서는 삼성 내부 구성원부터 많은 시민들이 ‘버릇없는 아이’를 내버려뒀다간 우리사회 미래를 망칠 것 같다는 위기감을 자각했다”고 극대화한 비판 여론에 대해 분석했다.

이들 대기업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재발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상조 교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사고, 경영권 분쟁 등으로 양상은 다르게 발현됐지만 근본적 원인은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라며 “삼성, 롯데뿐 아니라 모든 재벌기업들이 쌍방향 정보 흐름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이러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이들 재벌그룹이 외압에서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길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시하고 책임지는 구조, 시장에 의해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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