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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박 대통령 행보와 지지율 추이… 전문가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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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5 13:17:45 수정 : 2016-11-05 13: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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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역대 최저 대통령 지지율을 경신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11월1주차 박 대통령 지지율은 5%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6% 기록을 넘어섰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2차 대국민사과가 있던 날이다.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60년 보수정당의 전통을 자랑하는 새누리당은 계파갈등으로 분당 위기에 처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 마지막 해를 앞두고 역대 대통령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어떨까. 세계일보 분석 결과 박 대통령은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지율 30%’라는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즉 지지율이 30% 밑으로 내려갈때는, 강경했던 기존 입장을 뒤엎는 패턴이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갤럽 주간조사 9번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1월과 2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에 휩싸인 같은 해 6월,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올해 4월, 최순실 국정농단이 폭로된 최근 5주 등이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

◆기존 세제개편안 대폭 수정(2015년 초 연말정산 파동 - 29%)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해 연말정산 과정에서 국민께 많은 불편을 끼쳐드려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또 “작년(2014년) 연말정산 시 문제가 지적돼 설명을 충분히 했다”면서 “올해는 어떻게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았는가”라며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질책했다. 2014년 초 같은 ‘세금폭탄’ 논란에는 꿈쩍도 않던 박 대통령이 사과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 배경에는 지지율 급락에 있다. 1월1주차(9일 공표)만 해도 40%의 지지를 얻은 박 대통령은 연말정산 논란으로 2주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폭락한 30%(1월3주차, 23일 공표)를 기록했다. 2014년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를 기록했다.

기존 세제개편안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정부는 지지율 30% 발표 즈음에 연이어 수정안을 내놓는다. 지지율 발표 4일 전인 19일,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제 보완 입장을 밝혔다. 발표 이틀 전인 21일에는 당정 회의에서는 자녀세액공제 수준 상향 조정 방침 등을 밝힌다. 지지율 30% 공개 이틀 뒤인 25일 행정자치부는 기존에 예정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을 철회했고, 26일 대통령은 사과했다. 지지율 30% 전후로 박 대통령과 정부의 대처는 눈에 띄게 기민해졌다.

그러나 뒤이어 발표된 1월4주차(30일 공표), 2월1주차(6일 공표)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갤럽 조사 상 취임 후 첫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미국 순방 연기(2015년 6월 메르스 파동 - 29%)

지난해 6월초 메르스 파동은 나라를 마비시켰다. 6월14일 예정된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에 여야는 입을 모아 ‘연기’를 외쳤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순방 일정과 관련해 “따로 발표할 내용이 없다”는 짤막한 대답으로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5월4주차에 40%에 달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메르스 발발 이후 6월1주차(5일 공표)에 6%포인트 급락한 34%를 기록했다. 청와대는 5일 뒤 방미 일정 연기를 발표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을,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한창이던 세월호 1주기 당일에도 남미 순방을 강행한 박 대통령이 지지율이 급락하자 미국 순방을 취소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에 가까웠다.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취소에도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 이후 박 대통령은 12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 설치된 경기도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하며 현장 행보를 본격화했다. 14일에는 서울대병원 메르스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격리병동 벽에 걸린 ‘살려야 한다’ 문구 탓에 “과도한 설정”이라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일보는 문구가 인터넷에서 패러디된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정부가 신문에 19일 실은 메르스 대응 광고에서 국민일보는 제외됐다. 같은 날 공표한 6월3주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또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3년 만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 (20대 총선 참패 - 29%)

지난 4월24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틀 뒤에 근 3년 만의 45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22일 공개된 갤럽 4월3주차 지지율이 29%였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파동 때도 묵묵부답이던 박 대통령은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서둘러 ‘소통 일정’을 발표했다.

정치권의 귀는 박 대통령의 입에 쏠렸다. 여당이 참패한 20대 총선(4월13일)의 민심을 확인한 박 대통령이 그간 국정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불통’을 인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빨간색 재킷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총선 투표일인 지난 6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소통’을 언급했다. 20대 총선 이후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이다.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여당 참패와 3당체제를 만든 총선 민심을 현 정권의 무능이 아닌 ‘국회심판론’에 돌렸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양당의 싸움으로 ‘식물국회’가 됐고, 이를 국민이 심판했으니 국회의 자업자득이라는 뜻이다. 야권에서는 “사실상 정권이 심판을 받은 건데 왜 마치 남 얘기하듯이 하느냐” 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저는 친박(친박근혜)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라며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적된 ‘친박 공천 전횡’을 일축했다. 안보와 경제활성화의 시급성을 내세우며 개각, 연정, 개헌 등 국정 수습책을 일축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며 “불통의 리더십을 고수하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두 차례의 대국민사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29%→26%→25%→17%→5%)

최순실씨가 설립 배후로 지목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7월 말 TV조선이 처음 보도했다.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강남 땅 거래 의혹 등도 있었지만, 지지율이 30%를 웃돌던 박 대통령은 모든 의혹에 대해 무시했다.

9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침묵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박 대통령은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야권의 공격을 반박했다. 대형 비리 스캔들이 터지고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연 이날 공표된 갤럽 여론조사 지지율은 31%였다. 앞서 12일 규모 5.8의 ‘경주 대지진’으로 민심이 들끓는 등 또다시 30%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10월1주차(7일 공표)에는 29%, 2주차(14일 공표)에는 26%까지 떨어졌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였다.

지지율이 매주 최저치를 갱신할 때마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도 점차 누그려졌다. 박 대통령은 10월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관련자들의 엄정 처벌을 강조하며 두 재단 설립·운영의 정당성을 처음으로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21일 발표된 10월3주차 지지율은 25%로 오히려 전주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박 대통령은 3일 뒤 국회 시정연설에서 본인이 그토록 반대해온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같은 날 JTBC의 ‘최순실 연설문 사전 검열’ 의혹이 보도됐고, 28일 공표된 10월4주차 지지율은 17%로 주저앉았다. “의혹만 가지고 어떻게 사람을 자를 수 있느냐”던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30일 최씨가 귀국했고, 이틀 뒤인 11월1일 최씨는 긴급체포됐다. 박 대통령은 2일 김병준 신임 총리 내정자를 지명하며 정국 돌파를 시도했지만 야 3당은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4일 박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했다. 같은 날 발표된 지지율은 5%다. 박 대통령은 이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섰다.

◆전문가 “사실에 가까운 가설” “청와대, 갤럽 데이터 기준 삼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본지 분석 결과에 동의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팩트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사실에 가까운 가설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실제로 박 대통령이 ‘30% 지지율’을 국정운영의 기준으로 삼는지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면서도 “조사 결과 이후 청와대나 여당 대응을 분석하면, 여권이 30% 지지율을 최저방어선으로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도 “청와대나 새누리당에서 갤럽 데이터를 기준으로 상당한 의미 부여를 하고 여론 추세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갤럽 데이터가 항상 타 여론조사에 비해 보수적인데, 그 갤럽마저 30% 지지율이 위태롭거나 넘어갔다고 분석하면 여권에서도 심각한 사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지하철 '박근혜 탄핵' 낙서. 부산경찰청 제공

◆“30이란 숫자는 박 대통령 권력기반의 마지노선”

흔히 박 대통령의 30%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려왔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첫 2년간은 온갖 악재에도 항상 지지율을 30% 이상으로 방어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15년 이래 콘크리트 지지율은 지금까지 9번 무너졌고, 더이상 의미 없는 통계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콘크리트 지지율에 집착하는 이유를 “박 대통령에게 30이라는 숫자는 권력기반의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지율 30%를 밑도는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의 가장 강력한 지지계층이 허물어진다는 뜻”이라며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지면 이는 권력기반 자체가 붕괴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권력기반 붕괴가 두려워 30% 지지율 회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30% 공식’을 부인했다. 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다수 국가에서 지지율 30%를 정상적인 국정운영의 마지노선으로 본다”며 “박 대통령이 2006년, 2011년 등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콘크리트 지지율은 30%가 아닌 20% 정도”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30% 지지율에 따라 입장을 뒤집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두 정치전문가는 박근혜정부의 현 위기 타개책을 묻는 질문에 입을 모아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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