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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울먹인 ‘9분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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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4 18:25:57 수정 : 2016-11-04 2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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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100초 사과’ 달리 생방송 / 송구… 통감… 용서… 감성 호소 / 낭독 후 기자들에 “미안하다”… 이번에도 질문은 받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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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4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열흘 만에 다시 국민 앞에 나온 박 대통령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었다.

지난번 대국민 사과문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 1분40초 정도였던 반면 이날은 생방송으로 9분3초간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번 ‘녹화 사과’라는 비난을 감안한 것으로,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표정도 그때보다 더 어둡고 무거웠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예정된 대로 오전 10시30분에 짙은 회색바지 정장 차림으로 입장한 박 대통령은 준비한 발언 자료를 연단 위에 놓은 뒤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담화문을 읽어내려가는 박 대통령의 눈시울은 일순 붉어졌으며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목소리는 잠긴 듯 가라앉았고 때때로 떨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사태의 원인은 저의 잘못”이라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며 용서를 구했다. 또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가 방송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박 대통령은 “가슴이 아프다”, “가슴 깊이 통감한다”, “스스로 용서하기 힘들고 서글픈 마음”, “밤잠을 이루기도 힘들다”, “가슴이 찢어지는” 등 여러 차례 감성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안보·경제 위기를 거론하며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결연해지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드려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10시39분에 연설을 마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돌연 연단에서 내려온 뒤 출입기자들 쪽으로 다가와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네고는 퇴장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비서·안보·경호실장을 비롯한 대부분 참모들이 배석했다. 일부 참모는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눈을 감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갑자기 일정이 잡혔던 지난달 25일과 달리 이번 담화는 사전에 예고되면서 경호를 위해 행사장이 사전에 통제됐고,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와 함께 전면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쓰인 연단 등도 준비됐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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