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초 부족한데 돈만 좇는 한국 과학기술… 힘차게 날수 있을까

입력 : 2016-11-05 03:00:00 수정 : 2016-11-04 20:34: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허두영 등 지음/들녘/1만7000원
한국과학 비상플랜/허두영 등 지음/들녘/1만7000원


서울대 야구부는 1977년 창당 이후 올해 6월까지 300경기를 치러 단 1승을 거뒀다. 일본 도쿄대 야구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5년 호세이대를 상대로 이기기 전까지 5년간 94연패를 기록했다. 두 대학의 야구부가 경기를 벌인다면? 2005년 이래 7번 친선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서울대의 전패. 그것도 콜드게임 패였다.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일도 아니다. 서울대, 도쿄대 모두 순수한 열정만으로 뭉친 야구팀일 뿐이다. 그런데 대학의 본질인 학문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떨까. 서울대, 도쿄대는 자타공인 한국, 일본의 최고 대학이다. 그것마저도 콜드게임으로 지는 상황이라면…. 한국 과학기술계가 걸어온 50년을 회고하고, 현재를 점검하는 책은 서울대의 콜드게임 패배가 이상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2015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24명 중 9명이 도쿄대 출신이다. 책은 도쿄대의 이런 성과가 ‘연구의 대물림’에서 시작되었다고 진단한다. 2015년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가 중성미자 관측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는 2002년 같은 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의 연구를 이어받은 것이다. 고시바 교수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도모나가 신이치로 교수, 난부 요이치로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선후배 간의 대물림에는 정부의 지원도 일조했다. 고시바 교수는 1983년 4억엔의 정부 지원을 받아 관측장비 ‘가미오칸데’를 가동했다. 가미오칸데는 고시바 교수의 연구를 이어받은 후배 연구자들을 통해 100억엔을 들인 ‘슈퍼가미오칸데’로 발전했고, 2025년이면 800억엔이 투입된 ‘하이퍼가미오칸데’가 가동된다. “상당한 시간과 조직을 요구하는 기초과학의 영역에서” 연구의 대물림과 정부의 지원은 노벨상 수상자를 낳는 토대였다.

당연히 서울대는 언제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생긴다.

“지금 서울대에서는 대물림 연구나 정부의 든든한 후원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서울대를 떠나 더 많은 연봉이나 더 좋은 연구 환경을 찾아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를 찾는 교수가 늘고 있다.”

책의 비판은 “한국에서 과학 기술자는 ‘돈 되는 연구’만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정부는 ‘돈 되는 연구’로 과학기술자를 이리저리 내몬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한국 과학기술계 전반에 대한 문제를 개인, 사회, 세계의 3부로 나눈 뒤 ‘과학의 매력’, ‘노벨상’, ‘대학연구’, ‘남북통일’, ‘동아시아 협력’ 등의 구체적인 주제를 살핀다. 책은 한국 과학기술의 위기 원인으로 ‘기초역량의 부족’을 지적한다. 늘 지적된 바이기는 하지만 책의 서술이 명료해 주장하고, 지적하는 바가 명쾌하게 다가온다.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과학상 수상자를 기다리는 것을 양궁에 빗대 “과녁 근처에도 못 가면서 금메달을 받겠다고요?”라고 평가하는 식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