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과도한 숙제를 내는 공립학교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선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학부모연합(CEAPA)은 특히 과도한 숙제에 저항하는 의미로 11월 한달 동안 숙제를 거부하자고 부모들을 독려하고 있다.
호세 루이스 파조스 CEAPA 회장은 “과도한 숙제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는데 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CEAPA는 스페인 내 1만2000여개 공립학교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숙제 보이콧’은 초·중등학교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15세 스페인 청소년이 1주일에 숙제를 하는데 6시간30분을 썼는데, OECD 38개국 평균인 4시간54분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에서 과도한 숙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상 스페인 학생들은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해 공부를 시작하고, 오후 5시쯤 하교해왔다. 하지만 많은 공립학교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오후 2시에 수업을 마치고 과도한 숙제로 빈 수업을 대체하면서 갖가지 문제가 쌓여왔다.
숙제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되고 있고, 가족과의 시간도 더 줄어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파조스 회장은 “숙제가 많다보니 학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집에와서 또다시 공부에 빠지면서 1주일에 60시간이나 학교와 연관된 일로 힘들어한다”며 “부모들은 방과후 교사를 고용해야 하기에 가계에도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 탓에 3∼6세 아이들의 절반이 하루 1시간가량 숙제를 하고 있고, 이는 더이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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