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허범구의 대선 리포트] '변절'은 시작되었다… '배신의 계절'

관련이슈 허범구의 대선리포트 , 디지털기획

입력 : 2016-11-04 07:00:00 수정 : 2016-11-25 14:16: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근혜 사람들’ 알랑대고 비겁하게
'
“안종범 수석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갔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할 때 안 수석이 없으면 꼭 찾았다고 한다. 그만큼 믿고 기댔다는 얘기다. 통화는 툭하면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 안 수석은 전화 받느라 자주 자리를 떴다. 비서실장은 누구 때문인지를 알기에 묵인했다. 다른 수석이라면 어려운 일이다. 회의는 안 수석이 들어와야 다시 진행됐다고 한다.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10월 21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측근들 속속 변절

성대 교수였던 안종범은 박 대통령 덕분에 19대 국회 금배지(비례대표)를 달았다. 2014년 6월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2년 간 일하면서 경제정책을 주물렀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보다 입김이 세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5월엔 수석 중 서열 1위인 정책조정수석을 맡았다. ‘왕수석’ 노릇을 하며 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했다. 그렇게 권세를 누려놓고는 주군의 등에 칼을 꽂으려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서 저 혼자 살기 위해서다. 안 전 수석은 3일 검찰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구체적 현안을 직접 챙겨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뉘앙스다.

박 대통령이 아끼는 대표 여성 정치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기자들과 만나면 박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의 사항을 박 대통령이 잘 받아들이도록 전달하는 ‘소통 팁’도 알려줬다. 

조윤선 장관과 기념촬영하는 박 대통령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한 11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대통령을 독대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의 장막’과 불통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다. 조 장관은 “최씨를 모른다”고 했다가 최씨 딸 정유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여러 종목 선수들과 함께 찍은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박근혜 사람들’이 최순실 정국에서 속속 변절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배신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권력 무상이다.

◆충성경쟁하던 친박 의원들 다 어디 갔나

친박계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충성 경쟁에 골몰했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 ‘신박’으로 변신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든든하다”고 기뻐했다.

최경환 의원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오찬에서 함께 자리한 서청원·원유철 의원 등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사드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친박들은 당·정·청 요직을 독식하며 제 잇속을 챙겼다. 4·13 총선 공천도 말아먹었다.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지 말라고 김성회 전 의원을 회유·협박한 사건은 역대급이다. ‘가해자’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 뜻을 운운하며 온갖 험악할 말로 윽박질렀다. 최 의원은 ‘진박 감별사’ 완장을 차고 패거리 정치를 주도했다. 친박들은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호위무사 놀음을 즐겼다. 조원진·이장우·김태흠 의원은 돌격 3인방이다. 배신자로 찍힌 유승민 의원을 내치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조·이 의원이 최고위원이 된 건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진실한 친박’ 타령을 했던 친박들이 꿀먹은 벙어리다. 이재오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핵심 친박 실세 10명이 청와대 종노릇을 해 일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직언하면 내쫓는 박 대통령 자업자득

박 대통령이 두 재단 모금을 지시했더라도 안 전 수석이 직을 걸고 “그래선 안된다”고 진언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청와대 정무,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다른 측근들도 가세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정권이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바른 말을 못했다. 모두 최씨를 몰랐다고 하는데, 책임 회피 아니면 무능 고백이다. 그렇다고 이들 탓만 할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 자업자득이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부르짖었던 ‘진실한’ 사람들은 없었다. 다 내쫓았기 때문이다. 

이혜훈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캠프의 공식라인 결정이 ‘비선’ 때문에 뒤집어지는 일이 몇번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선을 말리다 공천도 못 받고 당에서 나갔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도 몇 년에 걸쳐 쫓겨남을 당하지 않았냐”고도 했다.

허범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