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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의 월드와이드뷰] '최순실 특검' 원조 모델, 미국서는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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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7 15:18:59 수정 : 2016-10-27 15: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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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기로 했다. 여야는 앞으로 특검 형태와 추천 방법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설특검은 법무부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인사 4명 등 7명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에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국회가 별도의 ‘최순실 특검법’을 만들어 임명 방식과 수사 대상, 범위, 기간 등을 모두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특검제도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지난 1978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도입한 ‘정부윤리법’(특검법)을 모델로 삼고 있다. 미 의회는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5년간의 뜨거운 논쟁 끝에 의회가 결정하면 법무부 장관이 연방항소법원 판사 3인의 추천을 받아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은 1999년 6월에 시효가 만료됐고, 그 이후에 어느 정당이나 정권도 이 법을 되살리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만 현재에도 법무장관이 법원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특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특검제 도입 의사를 밝혀 논란이 빚어졌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무부장관이 특검을 임명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수사하고,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렇지만,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특검을 동원해 정치 라이벌을 감옥에 가둔 전례가 없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기 `르윈스키 스캔들`을 수사했던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
미국에서는 특검이 소리만 요란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특검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빌 클린턴 부부를 조사했던 케네스 스타이다. 스타는 처음에는 클린턴 부부의 화이트워터 부동산 투자 사건으로 특검에 임명됐다. 이 사건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한 스타는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으로 방향을 돌렸다. 스타 특검은 클린턴의 성추문 사실을 입증해 그를 탄핵의 위기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미 하원은 1998년 12월 위증과 사법 방해 혐의로 클린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으나 상원이 그 이듬해 2월에 탄핵안을 부결했다.

스타 특검은 그러나 1994년 8월에 시작해 특검법 시한이 한참 지난 2001년 2월까지 약 6년 반 동안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휘둘러 일부 정치인과 국민이 특검 제도에 진저리를 치게 했다. 당시 미국 특검은 수사 범위와 대상, 비용, 기간 등에 있어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았다. 스타 특검 자신도 의회 증언을 통해 특검법 종료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고, 이 특검법은 시행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스타 특검과 공화당의 합작품인 클린턴 탄핵 추진은 미국에서 초당 정치가 사라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탄핵안을 놓고 극한 대결을 벌였고, 중도파 정치인은 설 땅을 잃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의 정파 대결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국에서는 검찰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최순실 사건을 특검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제 특검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되든 양날의 칼을 쥐게 된다. 특검이 이 칼을 잘못 사용하면 국정 난맥상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미국의 특검 제도 운영 일지
△1978년 정부윤리법(특검법) 제정으로 특검 도입
△1983년 정부윤리법 개정안으로 특검 연장
△1987년 특검 재임용법 제정으로 특검 운영 시한 5년 연장
△1992년 특검 운영 시한 종료
△1994년 특검 재임용법 부활
△1999년 6월 특검 재임용법 시한 종료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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