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달 30일 외할머니·누나와 교통사고를 당한 뒤 오후 5시48분쯤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은 오후 6시10분쯤 전원 결정을 내렸다. 전북대병원은 당시 수술실 사정으로 전원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위원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전북대병원에서 진행 중인 수술은 유방암 환자의 유방 재건수술과 신장이식 수술로, 긴급수술은 아니었다. 또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아 직접 대면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등 김군 상태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 전원 의뢰를 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전북대병원은 14개 병원에 전원의뢰를 했다고 진술했지만 제대로 의뢰를 받은 곳은 전남대·을지대병원뿐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7곳은 통화가 끊기는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를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등 5곳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으나 아직 운영이 안 되고 있거나 화상전문병원이어서 애초에 수술이 불가능했다.
당시 다른 병원에 전화를 한 사람은 전공의(레지던트)로, 위원회에 “평소 전원 의뢰 전화를 해보지 않아 서툴렀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응급센터장 등이 있었음에도 전공의가 전원 의뢰를 맡아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전원 의뢰는 중앙전원조정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전북대병원은 의뢰를 시작한 지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7시40분이 돼서야 다른 병원으로부터 이를 듣고 뒤늦게 센터에 전원을 요청했다.
전원 의뢰를 받은 전남대병원은 “전북대병원이 환자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중증외상환자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위원회는 “골반골절이란 상태가 상세히 전달됐음에도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을지대병원도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책임이 있지만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지정 취소를 유예했다.
복지부는 각 병원의 전원 핫라인 직통번호를 응급의료 정보망에 공지하는 한편 전원조정센터의 조정 기능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응급환자 전원시스템 등 문제를 진단해 세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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