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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언어·문화권 영향 주고받아… 이것이 문학의 마법"

입력 : 2016-10-20 20:35:34 수정 : 2016-10-20 20: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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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출신 대작가 응구기, 박경리문학상 수상차 방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6 원주박경리문학제 박경리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작가인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작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박경리문학상은 단순히 여러 문학상 중 하나가 아니라 저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상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박경리라는 작가의 정보를 찾아 ‘토지’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게 됐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영향을 받았던 김지하 시인이 그의 사위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김지하는 제가 케냐에서 감옥에 있을 때 아프리카 부족어인 기큐유어로 작품을 쓰도록 영향을 준 시인입니다.”

2016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프리카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78)가 시상식 참석차 방한해 20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매년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단골 후보로 거론돼온 그는 올해는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룩스에서 수상 가능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적 탄압을 받아 망명한 이래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비교문학 특임교수로 살고 있는 그는 영국 식민지 시절 케냐를 무대로 그린 ‘아이야 울지마라’ ‘피의 꽃잎’ 같은 작품들에서 시작해 독립 이후 조국의 부패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한 톨의 밀알’ 같은 작품들을 써내 위정자들의 미움을 받았다. 그가 일본에 세미나 참석차 갔다가 김지하의 영역시집을 접한 후 케냐에서 학생들에게 그 시집을 교재로 가르치고 자신의 작품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는 이 자리에서 언급했다.

‘소수 언어의 전사’를 자부하는 그는 영어로 작품을 쓰다가 부족 언어인 기쿠유어를 고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언어는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지닌다”면서 “모든 언어는 그 나름대로 다른 언어에 영향을 주고받는 평등한 관계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응구기는 이어 “김지하 시인이 영어나 일어로 쓰지 않고 소수 언어인 한국어로 작품을 썼지만 제가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소수 언어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작품이 케냐의 전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문화권의 수많은 독자들을 연결해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면서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 살아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만드는 작품 활동이야말로 경이로운 마법”이라고 덧붙였다.

밥 딜런의 수상에 대해서는 “문학의 영역이 확장돼 긍정적이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간단히 답했다. 조국에서 억압당해 망명의 길을 떠났던 그는 이제 조국의 정치상황이 달라져 지난해에는 케냐 대통령의 초청으로 귀국해 따뜻한 환대를 받기도 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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