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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470차례 여진에도… 위험시설 작업중단 한 건도 없었다

입력 : 2016-10-13 18:55:34 수정 : 2016-10-17 14: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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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의 민낯 여전히 노출
자료사진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5.8)의 지진은 재난에 취약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누구도 준비돼 있지 않은 재난에 정부의 지진매뉴얼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진 발생 인근 지역에는 400여개의 유해 화학물질 취급 고위험 사업장이 있었지만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정부로부터 어떤 지침도 내려오지 않았다.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경주 강진 이후 한 달간 470차례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지만 정부에서는 단 한 번도 사업장 작업 중지 및 대피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이미 10년 전 작업 중지 및 대피 지시 규정이 명시된 지진매뉴얼을 마련했으면서도 한번도 작동시키지 않은 것이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주 강진 이후 각종 지진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고용부는 2005년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작성해 운용 중이다. 매뉴얼에는 지진 발생 시 지방고용노동관서는 화학공장과 건설현장, 조선업체 등을 대상으로 ‘여진 대비 사업장 근로자 진입방지 조치’와 ‘작업중지 및 근로자 긴급대피 지시’ 등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달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이 같은 지시는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지방노동관서에 지진 관련 피해와 공정안전보고서(PSM) 대상 사업장 피해 발생 보고를 요청하는 공문만 9차례 보냈을 뿐이다. 규모 4 이상 지진 두 차례를 포함해 470차례가 넘게 여진이 발생했음에도 안전조치를 내리지 않고 피해 상황 파악에만 주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근로자들은 ‘알아서’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를 해야 했다. 실제 지난달 12일 경주 지진 발생 시 현대차 울산공장은 노동조합의 요청으로 작업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여진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목욕탕에서 관계자들이 굴뚝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근로자 인명피해 또는 심각한 재산상의 피해 등이 확인되지 않아 작업중단 및 근로자 대피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진 규모가 어느 정도일 때 작업을 중단하거나 대피 지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중단 기준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작업중지와 근로자 대피를 하도록 하고 불이행 시 행정·사법조치 및 작업중지를 명령하겠다”는 입장만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 시행기준은 없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규모 4 이상의 지진 발생 시 안전규칙에서 규정하는 업무를 사후 처리하도록 하는 등 작업중지의 기준과 업무 대상이 명확하다. 미국은 규모와 상관 없이 지진의 진동이 시작되기만 하면 근로자가 즉각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토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고용부의 현재 지진재난 매뉴얼은 지진발생 시 사업장에서의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기준이 불명확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사후 대응책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현장 노동자가 알아서 판단해 도망치라는 자구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령 등에서 근로자 대피기준을 명확히 하고 매뉴얼에서 구체적 시행방법 등을 명시하도록 관련 법규를 즉각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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