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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잇슈] 사랑하니까? 데이트폭력 단순한 '♥ 싸움' 아니다

입력 : 2016-10-10 13:00:00 수정 : 2016-10-10 11: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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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인간의 '데이트 폭력' 발생건수가 7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데이트 폭력은 더이상 연인간의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치부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마을이 한동안 공포에 휩싸였다. 차가운 땅 속에서 여성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기 때문. 그는 한 달 전 실종된 김모(22·여)씨였다. 김씨를 살해한 건 남자친구 박모(32)씨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드러난 데이트 폭력 발생건수만 7000건 넘어

김씨는 점점 자신을 옥죄고, 키우던 강아지의 목까지 조르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박씨와 헤어지고 싶었지만 간암에 걸려 아프다는 남자친구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간암에 걸렸다는 박씨의 말은 추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자신보다 무려 10살이나 어리고 매력적이었던 김씨를 곁에 가둬두기엔 '충분한 족쇄'가 됐다.

그렇게 남자친구의 곁을 지키던 김씨는 2월12일 오피스텔 CCTV에 마지막 모습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 CCTV에 수상한 장면 하나가 포착됐다.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 박씨는 박스를 들고 집과 지하주차장을 여러 차례 오갔다. 카트에 상자를 싣고 나가는 박씨의 모습은 다소 긴장돼 보였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성 10명 중 6명 가량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12∼21일 만 18세 이상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여성 응답자 1017명 중 61.6%가 최근 데이트 관계에서 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女 61.6%,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섯 가지로 분류된 폭력 유형을 모두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도 11.5%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통제'를 경험한 비율이 62.6%로 가장 높았고 △성적 폭력 피해 48.8% △신체적 폭력 피해 18.5% 순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이 처음 시작된 시기는 '사귄 후 6개월 미만'에 발생한 비율이 평균 59.9%로, 관계 초기에 폭력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성적 폭력은 사귄 후 3개월 미만에 발생한 비율이 52.1%로, 다른 유형의 폭력보다 발생 시기가 일렀다.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으로 응답자들은 △접근 금지 등 (피해자의) 신변 보호 조치 △가해자 처벌 등 법적 조치 △피해자 피해 회복과 치유를 위한 지원 등을 꼽았다.

◆스토킹 범죄 처벌, 피해자 인권 보장해야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후 레이첼카슨홀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 당사자 지원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성 평등·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자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스토킹 범죄를 분명히 처벌하고 피해자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등 이 같은 폭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기고 재차 폭력을 행사하면 엄중 처벌된다.

특히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협박을 일삼는 행위도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경범죄 처벌을 넘어 폭력이나 협박 혐의로 형사 처벌된다.

◆강력사건으로 번질 가능성 높은데도 당사자간의 문제로 방치

경찰은 데이트 상대방의 전과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판 '클레어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클레어법은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이후 제정된 것이다. 이 남성은 과거 자신의 연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전과가 있었다.

이처럼 경찰이 데이트 폭력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세운 것은 남녀 사이의 폭력이 강력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지만, 당사자 사이의 문제로 치부·방치하다 보니 피해가 발생한 이후 처벌 위주로 처리하는 등 예방이나 피해자 보호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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