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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책] 로드킬… 매일 목숨 잃는 동물들, 상처받은 영혼에 주는 작은 위안

입력 : 2016-10-08 03:00:00 수정 : 2016-10-07 20: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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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글·그림/보림/1만2000원
잘 가, 안녕/김동수 글·그림/보림/1만2000원


어둑한 도로 한복판에 커다란 트럭이 서 있다. 전조등이 켜져 있으니 달리다가 잠깐 멈춘 듯한데, 앞 바퀴에 무언가 깔려 있다.

“퍽. 강아지가 트럭에 치여 죽었습니다.”

그림책의 시작은 어둡고, 불편하다. ‘로드킬’,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렇다. 책장을 넘기면 트럭은 사라졌고, 할머니 한 분이 죽은 강아지를 끌고 가던 리어카에 싣는다. 할머니의 집 안에는 죽은 동물 여럿이 누워 있다. 온 몸이 동강 나버린 뱀, 배가 찢기고 깃털이 듬성등성 빠진 몰골의 부엉이, 자동차 바퀴에 깔려 납작해진 개구리 등등.

작가는 죽은 동물들의 상처를 그대로 묘사한다. 찢기고 터지고 사지가 잘려나간 그 동물들을 할머니는 마치 살아있는 듯 정성스레 돌본다. 정답게 말을 걸고, 상처를 꿰매고, 붕대를 감고, 미처 감지하지 못한 눈을 감겨 준다. 할머니의 다정한 손길에 동물들의 육신과 영혼에 새겨진 상처와 두려움, 분노는 조금이나 위안을 받지 않을까.

동이 틀 무렵, 새벽길을 할머니가 나선다. 할머니를 마중 나온 건 하얀 오리다. 동물들을 조각배에 눕히자, 오리들이 끌고 간다. 할머니가 작별 인사를 한다.

“잘 가, 안녕!”

작가는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이 이리저리 나뒹굴다 흩어져 버리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머릿속에 머물던 생각을 모아 그림책으로 만들었단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이 책 속의 글과 그림이 여러분들의 마음속에서도 맴돌기를 바라 봅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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