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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미국판 옥시 ‘설탕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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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6 01:00:00 수정 : 2017-02-03 17: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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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설탕업계·학계 검은 커넥션
과학자 비윤리에 국민들 건강 타격
얼마 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 학술지인 자마(JAMA)에 게재된 한 논문을 통해 미국 설탕업계와 학계 사이의 어두운 커넥션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1960년대에 현 미국 설탕협회의 전신인 설탕연구재단(SRF)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SRF가 하버드대 연구진 3명에게 현재 가치로 총 4만9000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급하면서 당과 포화지방, 그리고 심장질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리뷰 논문을 작성해 줄 것을 의뢰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리뷰에 사용된 연구가 당시 SRF의 임원이었던 존 힉슨에 의해 선택됐다는 점이다. 즉 SRF의 주도하에 하버드 연구진이 당에 유리한 연구결과만을 리뷰하도록 함으로써 당과 심장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는 축소하고 포화지방의 상관관계를 확대해석했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1967년 세계적인 권위의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돼 심장질환과 영양성분에 대한 후속 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SRF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은 하버드 연구진 중 마크 헥스테드 박사는 이후 미국 농무부(USDA) 영양학 부서의 총책임자가 돼 1977년 미국 연방정부의 식이요법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연구진인 프레드릭 스태어 교수는 이후 하버드대 영양학과의 학과장이 돼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은 포화지방이고 당분은 치아 관련 질환 정도에만 영향이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확산시키는 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보건 관계자들은 조작된 연구결과를 활용해 지난 50년 동안 국민에게 당이 아닌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하게 됐고, 이러한 권고를 따르게 된 미국인들은 고지방식 대신 고당류 및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게 됐다. 그 결과 1960년대 초 10.7%에 그쳤던 비만인구가 2015년에는 30.4%까지 증가했으며, 미국 전체 사망자 중 심장병으로 사망한 사람 역시 23.4%로 모든 질병과 사고 등 사망요인 중 1위를 차지하게 됐다. 게다가 미국 외에도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FDA의 영양기준을 차용하게 됨으로써,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은 과체중 및 비만 인구로 집계되고 이로 인해 연간 2조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당뇨를 앓고 있는 인구 역시 1980년 1억800만명에서 2014년 4억2200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고당류 및 고탄수화물 식사 장려로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 옥시 경우에서도 보듯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기술인은 스스로의 작은 선택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자각해야 한다. 사실 당과 심장병 사이의 관계를 리뷰한 하버드대의 연구진은 직접적으로 데이터 조작을 하는 등의 심각한 비윤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탕업계의 주도하에 비록 수동적인 역할만을 수행했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선택으로 반세기에 걸쳐 전 세계 비만인구와 심혈관질환자 및 당뇨 환자 증가라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됐다는 측면에서, 과학기술인 개개인에게 엄중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계 역시 학술지에 게재되는 모든 연구의 자금 출처 명시를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공정한 연구를 위해 공적연구자금을 확대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와 기업도 비윤리적인 공조를 통해 단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소비자 보호 및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고 드러났음에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문제가 된 제품을 즉각 폐기 조치했던 존슨앤존슨사의 타이레놀 사례를 보면,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소비자를 위하는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이득이 됨을 알 수 있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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