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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스마트폰 배터리가 말썽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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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8 21:59:19 수정 : 2017-02-03 17: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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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구멍 생기면 과열돼 발화
제조사, 안전 최우선주의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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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마트폰의 배터리 폭발 사고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핸드백에 있는 멀쩡한 휴대전화가 별안간 터진다니 불안하다. 좀 더 알아보자. 모든 스마트폰의 전원을 담당하는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이라는 물질은 항공기 윤활유와 신경안정제 등으로도 사용된다.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리튬이온, 니켈 카드뮴 배터리 등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부피가 작고 한번 충전하면 전기를 오랫동안 담을 수 있다. 또, 오래 써도 성능이 그리 나빠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항공기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는 간단하다. 배터리 내부에 액체가 들어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얇은 막이 액체를 나눈다. 한쪽 액체는 양극을, 다른쪽 액체는 음극을 위해 사용된다. 사우나를 가면 낮은 시멘트 벽을 사이에 두고 온탕과 냉탕이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칸막이를 넘어다니며 냉욕 온욕을 번갈아 하기도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 역시 비슷하다.

목욕탕 칸막이 벽에 작은 구멍이 생기면 찬물과 더운물이 섞인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도 현상은 동일하다. 물론 결과는 물이 섞이는 것과는 달리 치명적이다. 칸막이가 무척 얇다. 여기에 구멍이 나면 엄청난 양의 전자가 순식간에 양극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를 일상생활에서는 합선이라 한다. 헤어드라이어를 실수로 변기에 빠트린 경우다. 합선으로 헤어드라이어에 갑자기 과전류가 흐르면 두꺼비집이 내려간다. 리튬이온전지 칸막이에 구멍이 나면 천공 부분에 열이 발생한다. 문제는 액체다. 이 액체가 휘발유처럼 매우 불이 잘 붙는다. 작은 충격으로 칸막이에 구멍이 생기거나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접지돼 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짧은 시간에 배터리가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스마트폰 배터리 바깥에 충격을 주거나 열을 가하지 말라고 표시돼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를 작게 만들기 위해 액체를 꽉 눌러 담는다. 내부적으로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마치 빵빵한 풍선처럼 말이다. 압력이 과도하면 칸막이에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에도 두꺼비집 같은 안전장치가 있어서 열이 발생하거나 과전류가 흐르면 내부 회로를 차단한다. 하지만 칸막이에 구멍이 생기면 막을 방법이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정보기술(IT) 제조사에게 골칫거리였다. 애플, 소니, 델, 에이서, 레노버, 휼렛패커드(HP) 등 모두 노트북 배터리를 리콜한 경험이 있다. 애플은 9대의 아이북과 파워북에서 배터리 과열 보고를 받은 후 180만개의 배터리를 리콜했다. 2002년 이후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리콜은 전 세계적으로 40건 이상 있었다. 2009년 노키아는 4600만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리콜 했다. 아이폰의 경우 심각한 화상사고도 있었다. 2015년 2월 14일 미국의 에릭 존슨은 아이폰 5C의 발화로 3도 화상을 입었다. 2016년 게러스 클리어라는 호주 남성도 하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자전거에서 넘어지면서 충격으로 뒷주머니에 있던 아이폰 6에 불이났다. 2010년 3월 두바이 인근에서 발생한 UPS 소속 보잉 747 항공기 폭발사고는 화물기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칫 초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공안전당국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관한 한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는 이미 십수년간 다수의 업체가 제작한 다양한 기기에서 발생했는데, 그러다보니 제조사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하고 있다.

최근 보도된 수건의 배터리 폭발사고는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제조사에는 물론 신제품을 애타게 기다리던 소비자에게도 모두 유감스런 사건이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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