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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세계는 아동비만과 전쟁중… 아동 4200만명이 ‘뚱보’

입력 : 2016-09-18 19:34:54 수정 : 2016-09-19 14: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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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 줄고 정크푸드 즐겨 / WHO “2025년엔 7000만명 달할 것” / 개도국 많은 아프리카 23년새 2배 늘어 / 세계 비만아동 절반이 아시아지역 거주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단 하나의 공중보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동 비만이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아동 비만 끝내기’라는 보고서에서 아동 비만 문제의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 심각한 질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WHO가 전염병이 아닌 문제를 강경한 어조로 경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WHO는 보고서에서 “전염이 되지 않지만 인류를 괴롭히는 당뇨, 심장병과 같은 질병이 거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아동 비만은 그런 질병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월을 ‘아동 비만 인식의 달’로 지정한다는 A4 용지 한장 분량의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당초 성명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각 학교 관계자,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는 단순 권고문 정도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성명은 미국의 군사 정책과 비교될 정도로 진지하고 엄숙했다.


◆심각해지는 전 세계의 아동 비만 문제


아동 비만 문제가 세계 공중 보건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 과체중이거나 비만에 해당하는 전 세계 5세 이하 아동은 3200만명에 그쳤지만, 그 수는 불과 23년 만에 4200만명으로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쯤 과체중, 비만 아동은 7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WHO는 예측했다.

아동 비만 문제는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는다. 선진국은 도시화에 따른 아동의 야외활동 감소, 개발도상국은 낮은 소득수준에 따른 정크푸드 섭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영국과 캐나다는 초등학교 졸업반 학생의 3분의 1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상태로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은 미셸 오바마 여사가 나서 ‘렛츠 무브’(모두 움직이자) 캠페인을 벌이며 아동 비만 줄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비만 인구(6~19세)는 30년 전 대비 3배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프리카의 경우 5세 이하 비만 아동 인구가 1990년 540만명에서 올해 1060만명으로 2배 가량 늘었고, 아시아는 전 세계 비만 아동 인구의 절반(48%)이 살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아동 비만이 나쁜 이유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과체중 현상이 사라지지 않아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아이가 14살에도 비만인 상태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 상태가 지속될 확률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미네소타, 콜로라도 지역의 3~17세 아동·청소년 10만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비만 아동이 정상 체중 아이에 비해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4.42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WHO는 “비만 아동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 비만은 직접적으로 심장질환, 당뇨, 퇴행성 관절염, 암(대장, 자궁, 유방)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경우 비만을 줄이기 위해 연간 470억파운드(69조여원)를 사용하는데, 이는 국내총생산의 3%에 달한다. 국가 경제에 아동 비만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아동 비만 대책과 대안은


이처럼 비만 아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각국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크푸드 소비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의견과 ‘시장 규제는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식음료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중순 아동 비만 종합대책을 내놓은 영국이다. 영국은 지난 3월 설탕이 특정기준 이상 들어간 제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정도로 강력한 아동 비만 대책을 예고한 국가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가 설탕세를 2년간 유예하기로 하고, 정크푸드 광고 및 마케팅 규제안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비판이 일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1온스당 1센트의 세금을 당류 음료에 부과한 결과 스포츠, 소다 음료 소비가 각각 36%, 26%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입증됐는데 설탕세 부과를 피한 건 정부가 과도하게 기업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설탕세는 아동 비만을 막는 유일한 대책인데 이를 늦춘 건 멍청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HFHC(Healthy Food in Healthy Care) 프로그램을 통해 설탕 함유량에 따라 음료 배치를 다르게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시행 6개월 만에 설탕 비율이 가장 높은 빨간색 음료 매출액 비중이 62%에서 44%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아동 비만 대책보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호주의 IT 업체인 ‘이그저션 게임스 랩’(Exertion Games Lab)은 아이들 손목에 심장박동수, 달리기 시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착용시킨 뒤 이 수치를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수치를 3D 프린팅으로 출력할 수 있게 했다. 아이 각자의 심장박동수를 표현한 장난감이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이 모양은 별, 개구리, 꽃 등 다양한 모습으로 출력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야외활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영국 스완지대 응용과학연구센터 측은 “아이들의 3분의 1이 하루 운동 권장량(60분)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동 비만을 줄이기 위한 각종 기술 개발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상황과 대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아동 비만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건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17세 아동·청소년의 2013년 과체중(연령별 체질량지수 기준 85% 이상) 비율은 남자 26.4%, 여자 14.1%로 집계됐다.

여자는 OECD 33개국 평균(22.1%)보다 낮지만 남자는 OECD 평균(24.3%)보다 높은 수치다.

식생활 서구화 등으로 이 같은 과체중·비만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현재 10% 수준인 아동 비만율이 2020년에는 15%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동 식습관 개선을 위해 어린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시간인 오후 5∼7시 사이에 고열량·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의 케이블 위성 TV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를 주시청 대상으로 하는 유료방송의 중간광고에도 광고가 금지된다. 대상이 되는 식품은 과자·캔디·빵·초콜릿·탄산음료 등 간식용 가공식품과 김밥·햄버거·샌드위치·피자 등 식사용 가공·조리식품이다. 그러나 이 시간 외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어 시간대와 관계없이 어린이가 많이 보는 프로그램의 광고를 제한하는 등 규제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류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이들의 당류 섭취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설탕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에서다. 식약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11세의 46.6%, 12∼18세의 44.0%가 가공식품 당류를 권고기준(하루 총 에너지섭취량의 10% 이하) 이상으로 섭취하고 있었다. (2013년 기준) 이는 전체 연령대 평균 34%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식약처는 아동·청소년들의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탄산음료나 사탕 등 당류 함량이 높은 식품에 ‘고열량’임을 알리는 문구 등을 삽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학교 및 학원 주변 식품판매점에서 소용량 음료를 우선 판매하고, 키즈카페와 수련원 등 어린이·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서는 탄산음료 등의 판매 제한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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