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송이버섯 수확에 나서고 있지만 메마르고 더운 날씨 때문에 생산량이 없는 실정이다. 속리산산림부산물작목반 박경화(59) 회장은 “서너 차례 산에 올라갔으나 씨가 마른 상태다”며 “지난주 태풍 영향으로 비가 50㎜ 안팎 내렸는데도 산이 바싹 마른 상태여서 표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송이 산지 중 하나인 충북 제천 월악산 주변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 주민은 “산에 올라보면 바싹 마른 낙엽만 수북이 덮여 있고 송이는 나올 기미조차 없다”며 “올해 추석에는 국내산 송이 맛보는 게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을 앞두고 시중에 나오는 물량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올 가을에는 송이 품귀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강원 양양군 서면에서 송이 채취를 해온 한 주민은 “송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을 앞두고 매일 산속을 돌아다녀 보지만 아직 송이 구경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이를 채취해 온 주민은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상황이라 발을 동동 구른다. 추석 선물용으로 수요가 급증하나 시중에 나온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양양읍에서 송이 수집상을 하는 김모(45)씨도 “추석까지 일주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만큼 2∼3일 내로 송이가 나오지 않으면 올가을 추석 특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송이가 귀한 이유는 송이 균사가 제대로 자라기에 부적합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송이가 잘 자라려면 균사 생장기인 7∼8월 기온과 습도가 가장 중요하다. 너무 덥거나 건조하면 균사가 자라지 못한다. 또 포자 형성 시기인 8월 말∼9월 초에는 최저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5∼6일 지속하고 낮 기온도 23∼24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산지 습도도 70∼80%를 유지해 줘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 이후 한 달 넘게 폭염과 가뭄이 이어져 송이 균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최악의 조건이 형성됐다. 포자 형성 시기인 9월 초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름 더위와 가뭄에 균사가 자라지 못해 포자 형성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양속초산림조합은 오는 12일 송이 수매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경북 봉화군산림조합도 10일쯤 송이 공판 날짜를 잡을 계획이나 아직 송이 소식이 없어 경과를 지켜봐야 할 형편이다.
보은=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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