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감독은 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기술위원장 때도 오승환을 뽑아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는데, 감독이 되고 나니까 더욱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 선임 전 기술위원장 때도 오승환이 WBC에서 대표팀 마무리로 뛰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오승환은 문제가 좀 있지만, 본인이 국가에 봉사하겠다고 한다면 뽑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감독이 되고 나니까 더욱더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제1회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고, 제2회 WBC에서는 준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에서는 초대 우승을 일궈내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국제대회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철벽 마무리로 승승장구 중인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가 절실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김 감독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아울러 WBC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기술위원회와 상벌위원회가 함께 모여 전체 회의를 거쳐서 결정된다.
그러나 기술위원장을 겸직해 선수 선발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김 감독이 오승환 발탁을 원한다면 이를 막을 사람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규정상으로는 오승환의 합류에 문제가 없다.
오승환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KBO리그에 복귀할 경우 한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가 적용된다. 눈여겨볼 점은 'KBO리그에 복귀 시'라는 단서가 달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었고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KBO가 주체적으로 징계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오승환은 KBO의 징계는 내려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징계를 받지 않고 있다.

오승환이 WBC 대표팀에 합류해 태극마크를 단다고 하더라도 KBO리그에 복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는 없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이 WBC에 출전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셈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의 추이다. 징계의 진정성과 함께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규정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같은 혐의를 받은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올해 72경기에 못 나오고 리그에 복귀한 것과 견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여론이 악화하면 오승환 자신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대표팀 제안을 고사할 수도 있다.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된 오승환에 대한 세인트루이스 구단의 의사도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김 감독은 오승환과 관련한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최강의 전력을 꾸리고 싶은 감독의 욕심상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승환이 과연 WBC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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