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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 마리오’ 패전 자존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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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4 22:51:27 수정 : 2016-09-04 22: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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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폐막식 깜짝 등장
도쿄 도지사가 주목 못받아 씁쓸
아베, 전후체제 탈피에 안간힘
규칙 어기고도 사과·화해 안 해
지난달 리우올림픽 폐막식의 깜짝 스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62) 일본 총리였다. 일본의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 정서를 생각할 때 아베 총리의 슈퍼마리오 변신은 파격적이다. ‘아베 마리오 신조’라는 별칭도 생겼다.

일본에서는 이를 두고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올림픽 개최는 도시 단위로 이뤄진다. 국가 지원이 없으면 곤란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개최 도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올림픽 폐회식에서 주목받아야 할 사람은 다음 개최 도시의 수장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 도쿄도지사였다. 폐막식 때 올림픽기를 건네받는 고이케 지사의 얼굴에 쓴웃음이 묻어나는 것처럼 느꼈던 것은 나뿐이었을까.

우상규 도쿄 특파원
아베 총리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모자를 벗어버린 것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퍼포먼스를 보는 사람들이 슈퍼마리오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 다음에 천천히 벗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빨간색 모자에는 ‘TOKYO’(도쿄)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폐회식을 보는 관중과 전 세계 시청자에게 다음 대회가 도쿄에서 열린다는 사실보다 ‘슈퍼마리오=아베’라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슈퍼마리오라는 게임은 괴물에게 끌려간 공주를 구하러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게 줄거리다.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떠나는 것을 상상해봤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경험한 이 게임과 아베 총리의 현실이 자꾸 겹쳐졌다.

아베 총리는 연합군(괴물)에 빼앗긴 일본의 자존심(공주)을 되찾는 데 자신의 정치 인생을 쏟아붓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패전으로 일본이 짊어지게 된 굴레를 벗는다는 이른바 ‘전후 체제 탈피’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이 대표적인 목표다. 러시아로부터 북방영토(쿠릴 4개섬)를 반환받으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외치며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는 것도 ‘승전국 모임’을 무력화시켜 패전국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것 아닐까 싶다.

아베 총리는 게임기에 한 차례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한 적이 있지만 실력이 부족해 ‘게임 오버’(총리직 사퇴)된 경험이 있다. 그래서 5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게임 요령을 익혀 동전을 다시 넣고 재도전(2차 집권)했다. 하지만 시간 제한(자민당 총재 임기 3년)이 있다. 동전을 연속해서 2번까지만 넣을 수 있다는 규칙도 있다. 그는 이미 2번째 동전을 넣은 상황이다. 그런데 게임 진행 속도를 보니 마지막 적을 쓰러뜨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그래서 동전을 하나 더 넣을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베가 아니면 끝판을 못 끝낼 것’이라는 말을 흘리며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가 임기를 늘리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는 뭘까. 패전 후 군사 분야에 쓸 돈을 경제 분야로 쏟아부어 경제를 일으킨 일본이 이제 와서 굳이 헌법 9조를 고쳐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만들어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최근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것도 불안하기만 하다. 경우에 따라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며 ‘전수방위’ 개념을 당당하게 부정하는 아베정권 인사들의 말도 그냥 흘려듣기에는 무겁다. 과거 영광을 재현한답시고 전쟁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일까.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등의 아베 총리 발언도 역사 덮어쓰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물론 모든 일본 국민이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 수차례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면서 “한국 및 중국과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역시 과거 문제 청산이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에 묻고 싶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화해했는지, 여전히 잘못이 없다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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