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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멘붕 시대' 당신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 2016-08-21 05:00:00 수정 : 2016-08-21 16: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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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정신건강 문제, 소수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며 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증을 비롯 강박증·공황장애·분노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에 대한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울증으로 대표되는 '심리적인 질병'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 전에 비해 많이 누그러졌다는 사실입니다. 우울증과 심리적 증상을 치료 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으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일을 이젠 유별나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심리적 고통이나 우울증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소수만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불행한지, 정신건강상태는 어떠하며 우울증에 대해서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노래처럼, 이제 행복은 사실보다는 바람에 가까운 대상이 된 듯하다. 실제 서민 대다수는 결코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라면 사람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 행복지수 65.3점으로 낮은편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마음의 병’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코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평가해본 결과 우리사회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5.3점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2014년 같은 조사(64.6점)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유의미한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20대(63점)와 50대(63.8점)의 행복지수가 30대(67.3점)와 40대(67.1점)에 비해 낮은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가구 구성원의 숫자가 많고, 자신의 계층을 높게 평가할수록 상대적으로 행복함을 많이 느끼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의 존재와 경제적 여유가 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석해볼 수 있는 결과이다. 다만 성별(남성 65.5점·여성 65.1점)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다.

◆젊은 세대, 불행하다는 생각 더 많이 해

전체 10명 중 7명(71%)은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66.5%)에 비해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극단적인 순간들이 더 많아진 모습이었다. 남성(66.6%)보다는 여성(75.4%), 그리고 젊은 세대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20대 여성(80.8%)이 불행과 마주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한 다른 가구 구성형태에 비해 1인가구 응답자가 평소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경제적 여유와 불행과의 상관관계도 재확인되었다.

◆56.1% "살면서 힘들었던 시절 있다"

살면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이 공감했다. 전체 56.1%가 힘들었던 시절이 비교적 또는 항상 많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2014년(51.4%)에 비해 힘든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진 모습이었다. 삶에서 힘든 시절을 겪었다는 응답은 연령에 비례했으며, 남성(53.2%)보다는 여성(59%)에게서 힘든 시절을 겪었다는 응답이 좀 더 많았다.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할수록 힘든 시절이 많았다고 응답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사람들에게 가장 큰 힘듦으로 느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실제 힘들었던 시절에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는지를 물어본 결과, 대부분 집안의 경제적 능력(50.6%·중복응답)과 본인의 경제적 문제(40.1%)를 첫손에 꼽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가족과의 관계(24.6%) △본인의 능력(19.4%) △배우자와의 관계(18.4%) △취업문제(17.8%)에서 힘들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사회 전체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과 마주한 상황에서, 개인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만무했다. 실제 정신건강상태를 자가 평가한 결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신건강 점수는 70.6점에 그쳤다. 성별(남성 71.8점·여성 69.5점)보다는 연령별 정신건강상태의 격차가 뚜렷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의 정신건강상태를 좋지 않게 평가한 것으로, 향후 우리사회를 이끌어나갈 젊은 층의 무기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서 불행 관련 평가와 마찬가지로,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적고 자가 계층평가가 좋지 않을수록 정신건강 점수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가족의 존재와 경제적 여유가 삶의 태도뿐 아니라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10명 중 8명 "우울증 겪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냐"

심리적 문제 및 우울증에 대한 인식평가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9%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모두가 우울한 시대라고 바라볼 만큼 현대인의 마음의 병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60.2%)보다는 여성(69.6%), 그리고 연령이 낮을수록 지금은 모두가 우울하다는데 공감하는 태도가 보다 뚜렷했다. 우울증을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증상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10명 중 7명(71.7%)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여성(남성 66.2%·여성 77.2%)과 젊은 세대가 우울증은 누구나 겪고 있다는데 더 많이 공감했다. 누구나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데도 대부분(96%)이 동의했다. 결국 누구나 심리적인 문제나 우울증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으로, 실제 전체 응답자의 83.5%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바라봤다. 특히 우울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40대 응답자에게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체로 심리적 문제나 우울증은 치료 가능하다고 바라봐

사람들은 이런 심리적 문제나 우울증을 질병의 하나로 보는 동시에, 치료 역시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심리적 고통과 우울증이 일종의 질병이라는 의견이 각각 86.5%, 93.1%에 이르렀다. 질병이니만큼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하고(86.6%),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전문의로부터 치료가 꼭 필요하다(85.6%)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또한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는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며(82.4%)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상담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88.8%)는 의견이 많아, 마음의 병은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명 중 7명(69.1%)은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는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도 바라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 및 문제로는 삶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없어지는 마음(48.2%·중복응답)과 잠을 잘 못 자는 불면증(43.9%)을 주로 많이 꼽았다. 또한 △실제 신체적인 질환이나 장애가 없지만 가슴 두근거림과 두통·구역질 등의 증상을 느끼는 신체화 현상(35.6%) △우울한 마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심리적 상태(35.5%) △신경과민·긴장·초조·두려움·불안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느끼는 증세(34.6%)도 주변에서 자주 보는 심리적 고통이었다.

그밖에 타인이 나를 이유 없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비난한다고 느끼거나(34.5%), 타인을 이유 없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31.3%) 사람들이 많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주로 우울증과 수면장애·불안·대인 예민성 증세를 겪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안타깝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와 더불어 우울증세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대인 예민성과 공포 및 분노증세가 심한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분한 휴식 통해 심리적 문제 극복

심리적 증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대체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어졌을 때 가장 많이 시도해 본 노력으로는 충분한 휴식(36.9%·중복응답)과 함께 △취미생활(33.6%) △문화생활(32.6%) △여행(28.5%) △운동(28.2%) △타인과의 대화(26.2%)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꼽았다.

또한 불면증이나 신체화 현상에서는 운동(불면증 39.1%·신체화 35.7%)과 충분한 휴식(불면증 33.3%·신체화 51.5%)을 시도해본 경험이 많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역시 충분한 휴식(35%)을 통해 해결한 사람들이 많았으며, 타인과의 대화(26.7%)도 중요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국사회 내에서 커져가는 심리적 고통 및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상담 심리센터 및 프로그램의 확대(56%·중복응답)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또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개선활동(48.2%) △진료 및 상담 비용 지원(46.4%) △예방프로그램의 개설(35.4%)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전문의 및 상담 심리사의 확충(33.7%)과 진료 및 치료 시설 확충(32%)을 바라는 의견도 많아, 다양한 방식으로의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병원 진료 및 치료가 필요한 심리적 문제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마음(53.6%·중복응답)과 함께 △알코올 중독(46.5%) △불면증(39%) △분노 증상(39%)을 주로 많이 꼽았다. 이러한 증상들의 진료 및 치료가 필요한 이유로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을 것 같고(56.2%·중복응답)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문제이며(42%) △그냥 두면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37.8%)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은 심리적 증상으로는 공격성을 동반한 분노 증세(54.3%·중복응답)와 알코올 중독(30.6%)이 가장 많이 꼽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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