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책 보는 일련의 행동이 근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최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순천향대 장지호 교수(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는 “오히려 야외활동 시간의 감소, 일광시간 등이 줄어서 근시 어린이 환자가 많아진다는 연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김수민(10) 양은 2년 전부터 안경을 썼다. 학교 검사에서 낮은 시력이 나와 안과에 간 수민양에게 의사는 “근시교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 안경을 거부했지만, 칠판과 TV 보기가 어려운 탓에 결국 수민양은 안경을 쓰게 됐다.
주위에서 안경 쓴 어린이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초등학생 그리고 미취학 아동들의 안경 쓰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장 교수는 ‘부모의 근시’도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유전’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부딪히는 가운데 그는 “안경 쓴 부모의 생활습관을 아이가 따르면서 눈이 나빠지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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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과학회가 지난 2014년에 발표했던 '연도별 청소년 시력이상 빈도' 자료 |
장 교수는 몇 가지 근시 조짐 예시를 들었다. TV를 가까이서 보려고 하거나, 멀리서 자기를 부르는데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눈을 찡그린 채 뭔가를 볼 때는 근시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성근시’라는 게 있다. 일시적으로 시야가 뿌옇게 되는 현상인데, 실제로 근시가 아니면서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조절력(망막이 상에 잘 맺히게 수정체 두께가 조절돼 굴절력을 변화시키는 능력)’의 일시적 증가로 발생한다.
가성근시를 모를 때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눈이 나빠진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나 안경을 쓸 수도 있다. 이에 장 교수는 “조절력을 낮추는 약이 있다”며 “조절마비제를 눈에 넣은 뒤 검사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학교근시(school myopia)’라는 단어도 있다. 성장기 시작한 근시가 대학생이 될 무렵 멈추기 때문에 쓰는 표현이다.
장 교수는 “성장속도와 근시 진행 정도가 꼭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성장호르몬이 안 나올 때 근시가 멈추는데, 20대가 된 후에 라식수술을 많이 받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대한안과학회는 청소년 근시 예방을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을 권한다”며 “스마트폰은 하루 1시간 이하로 사용하고, 밤 12시 전에 반드시 잠자리에 들며, 6시간 이상 숙면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하루 1시간 이상 야외활동하는 게 좋다”며 “꼭 운동하라는 뜻이 아니라 햇볕 쬐는 그 자체로도 눈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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